"진돗개 키우면 다른 개는 눈에 안 들어오죠"

진돗개 우수성 알리기 본격화하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

진돗개 용이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천선휴 기자 = "한국의 진돗개는 그 어떤 외국 개보다 뛰어난 점이 많아요. 그런데 잘 알려져 있지 않죠. 전 세계에 진돗개 우수성을 알리고 대대손손 진돗개를 물려줄 겁니다."

지난 9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협회장 염진호) 종견장에서 만난 권왕수 사무국장과 김종일 본부장은 낯선 이의 등장에 세차게 짖어대는 진돗개 24마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넓고 깨끗한 개별 사육장에서 늠름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은 진돗개들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시골 마당에서 봤을 법한 정겨운 외모지만 시골 개라고 하기엔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곧게 뻗은 다리와 쫑긋 선 귀, 윤기가 흐르는 털, 위로 힘차게 말려 올라간 꼬리, 매서운 눈빛, 다부진 몸매. 왜 천연기념물(제53호)인지 알 만했다.

까만 털색을 가진 네눈박이(블랙탄)는 백구, 황구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News1

진돗개의 매력은 남달랐다. 30년 넘게 진돗개를 다뤘다는 김 본부장은 청결함, 충성심, 다재다능함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진돗개는 배변 훈련을 하지 않아도 정해진 곳에서만 볼일을 본다”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수한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진돗개는 주인 한 명만 섬긴다. 죽을 때까지 주인으로 삼은 한 사람만 따른다. 이 때문에 협회에서는 태어난 지 50일가량 된 진돗개만 분양한다. 그 이상 나이를 먹으면 새 주인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돗개에겐 ‘절제의 미’도 있다. 권 사무국장은 “진돗개들은 아무리 맛있는 먹이를 줘도 자기들이 먹을 만큼만 딱 먹고 더 먹지 않는다”면서 “교육하지 않아도 스스로 절제할 줄 안다. 다른 개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절제의 미를 갖춘 개”라고 설명했다.

남다른 능력도 돋보인다. 특유의 우직한 성격과 총명함으로 사냥에서 경비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을 별다른 훈련 없이 해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한 번 진돗개를 키워 본 사람은 절대 외국 개를 키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태어난 지 1년이 안 된 미성년 진돗개. ⓒ News1

이처럼 진돗개는 그 어떤 견종보다 훌륭한 점 많지만 한국에선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다가구 주택이 확산하면서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중소형견이 더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형견을 키울 여건이 돼도 투박한 느낌의 진돗개보단 리트리버나 사모예드, 그레이트 피레니즈 등 이국적인 외모의 외국 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또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아가 진돗개 보전을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한 곳이 바로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다. 협회는 ‘애견’이라는 단어조차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던 시절이자 개는 그저 집을 지키거나 사람의 영양을 보충해주는 ‘가축’으로 여기던 1989년 반려동물 문화 정착과 우수 진돗개 혈통을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겨레신문 1989년 6월 2일자에 실린 초대회장 최기철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협회 설립 목적이 잘 나타나 있다. 최 전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돼 있는 진돗개의 수는 전국적으로 5만 여 마리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순종은 불과 5000여마리로 추정된다”면서 “애견가의 인식 부족과 상인들의 오도된 거래로 외국견과 국내 잡종견과의 혼혈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민족의 자랑인 진돗개의 종 보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18세까지 살다 죽은 진돗개 아현이. 사람으로 치면 100세가 넘도록 장수한 셈이라고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 News1

이렇게 큰 뜻을 품고 설립된 협회는 진돗개의 학술연구에도 큰 힘이 돼왔다. 일제시절인 1930년대 후반 일본인 모리 다메조 교수가 벌인 진돗개 연구 이후 이렇다 할 연구가 없었는데, 한홍율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진돗개에 대한 학술연구를 선도적으로 진행했다.

협회의 조용한 노력은 입소문을 타게 됐고, 정·재계 인사들과 유명 언론인들이 반려견으로 진돗개를 선택하는 데 일조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퍼스트독’(First Dog)도 이 협회에서 분양한 진돗개다. 황우석 박사는 협회를 통해 우량 진돗개의 번식과 보존, 혈통유지, 세포 및 유전자 연구를 벌였다.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권 사무국장은 “지금까진 학술연구 쪽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이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우리 진돗개를 알리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면서 “왜 진돗개가 외국 견종보다 우수한지 알리는 데 힘쓰겠다. 내년 가을엔 전람회도 열 예정이다”라고 했다. 협회 카페(

http://cafe.daum.net/jindodogkorea)

를 개설한 것도 진돗개 알리기 노력의 일환이라고 권 사무국장은 말했다.

ssunh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