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멸종위기종 사육기준 완화' 논란

상업·거래, 개인사육, 집행대상 등의 시설 설치기준 완화
동물보호단체 "수입·유통·불법유입 촉진 생태계교란 우려"

환경부가 만든 '국제적멸종위기종 보호' 홍보 리플릿 일부.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의 사육기준을 환경부가 완화하기로 해 동물보호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사육시설 설치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야생생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함으로써 야생생물의 멸종을 예방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동물단체가 이 법률 시행규칙의 개정안을 문제 삼는 까닭은 개정안의 '사육시설 설치기준'이 일시적으로 혹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리되는 종에 대한 사육 기준을 크게 완화, 야생동물 유통 및 개인사육에 대한 규제가 크게 느슨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사육시설 등록 대상 종의 용도가 상업·거래용, 개인용품, 인공증식, 압류물·집행용인 경우 사육시설 기준의 2분의1 이상이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와 관련해 동물자유연대, 동물을위한행동, 카라는 개정안 중 '사육시설 설치기준'을 문제 삼는 내용의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동 작성해 28일 환경부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국내에서 개인이 취득할 수 있는 국제적멸종위기종은 상업·거래용, 개인용품, 인공증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육시설 기준을 완화하면 국제적멸종위기종의 개인 사육이 증가하고, 동물수입업자가 한 번에 더 많은 양의 국제적멸종위기종의 전시·보관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국제적멸종위기종의 국내 수입과 유통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불법유입(밀수)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국내 동물수입업자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 유통 중인 CITES 2급 이하의 동물 대다수가 상업·거래용 또는 인공증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개정안은 한국에서 사육되는 국제적멸종위기종의 상시 생활공간을 과도하게 축소하여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동물단체들은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개정안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유럽연합(EU)의 경우, 거래되는 야생동식물의 70%가 판매점에서 대기 중 6주안에 폐사하고 있으며 50%의 개체가 동물복지 저해로 인해 스트레스 관련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면서 "이에 유럽연합 차원에서 국제적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야생동물 개인사육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사육시설 등록 대상종의 용도가 상업·거래용, 개인용품, 인공증식, 압류물·집행용인 경우 사육시설 기준의 2분의1 이상이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사육시설 등록대상종의 용도가 압류물·집행용인 경우 사육시설 기준의 2분의1 이상이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로 수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압류물이나 집행용 대상만 예외 규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유럽연합(EU)은 이미 국제적멸종위기종의 개인 사육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사육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지금 환경부는 반대로 가려고 한다"면서 "국제적멸종위기종 수입이 멸종을 가속화하니 키우지 말라고 홍보하면서 규제를 완화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 사육기준은 개인이 지킬 수 없는 수준이라 등록하지 않고 몰래 사육하는 경우가 많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등록을 하지 않으면 관리 자체도 안 되고 파악도 되지 않으니 그 부분만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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