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아픔부터 화산암까지 품다"…'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테마로 72일간의 여정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9월 5일~11월 15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 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수천 년 세월을 견딘 돌덩이부터 5·18의 깊은 상처를 이겨낸 어머니들의 붓질까지, 삶과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광주에 당도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축제인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내걸고 4일 개막했다. 전시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72일 동안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구에서 가져온 이번 주제는 단순히 미술관 안의 그림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주변 사회를 새롭게 돌아보도록 이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여러 곳으로 흩어지지 않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이라는 단일 공간 안에 역량을 모았다. 다섯 개로 나뉜 방(분자와 나, 신체와 관계, 풍경과 배움, 우주와 변화, 공기와 발화)을 차례로 걸으며 관객은 자신만의 깊은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광주라는 도시의 아픔과 일상을 예술로 승화한 시도다. 5·18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이 주홍 작가와 함께 그린 그림 322점과 책이 관객을 맞는다. 여기에 한국화의 큰 산인 허백련이 가꾼 무등산 춘설차를 직접 맛보는 자리도 들어섰다. 개막식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보내준 쇠붙이를 녹여 악기로 빚어낸 권병준·박찬경의 신작 '불림'(2026)이 힘찬 소리를 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3전시실 전경, 사진 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제공)

참여 대상의 경계를 허문 파격적인 도전도 가득하다. 순간적인 폭발과 오랜 풍화를 거친 제주돌문화공원의 화산암을 어엿한 '참여자'로 세웠고, 김선익 작가는 행사 기간과 똑같은 496시간 동안 울려 퍼지는 소리 작품 '공장의 불빛'(2026)을 선보였다.

건물 바깥 삼면 벽에는 매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전 세계 지도자들의 사과 모습을 비추는 제임스 T. 홍의 영상이 상영된다. 표를 사지 않고도 광장에서 바로 들어가 즐기는 제5전시실의 테크노 음악 설치작이나 로비의 인공지능 시 짓기 프로그램도 문턱을 낮췄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첫발을 뗀 특별한 때에 꼭 맞는 화두를 던졌다며, 내일의 새로운 길을 찾는 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기획을 총괄한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다채로운 색깔과 호흡을 가진 세상을 걷는 기획이 잘 매듭지어졌다"며 "관객들과 이 뜻깊은 길을 같이 걷게 되어 벅차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거창하고 난해한 외국 이론에 기대지 않고, 돌과 차 한 잔, 시민의 기억 같은 손에 잡히는 재료로 '변화'라는 화두를 던진다. 단순히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볼거리를 넘어 관객의 가슴속 깊은 곳을 두드리는 살아있는 현대미술의 진짜 힘을 보여준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