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희망 품은 디지털 기술과 술래잡기하다"…'미디어 술래'전

서울스퀘어 별관 모두미술공간 8월 21일까지

20일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미디어 술래'전 전시 전경. 최인경 대리가 도슨트를 진행하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와 기술전 '미디어 술래(術來)'를 서울 중구 모두미술공간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장애예술인의 고유한 인지 감각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융복합 매체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20일 모두미술공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를 총괄하는 최지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시장운영부 부장은 "전시명 '미디어 술래'는 기술(術)이 온다(來)는 의미"라며 "작가와 매체가 술래잡기하듯 서로 잡고 잡히며 메시지를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기술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이뤄내는 과정과, 고도화된 기술 속에서 꼭꼭 숨어 있는 '예술을 실현하는 희망'을 찾아낸다는 중의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에는 곽요한, 김유석, 박성민, 박유석, 박은영, 이요 등 6개 작가·팀을 중심으로 총 11명이 참여해 인터랙티브 설치, AI, 로봇 키네틱 등 다채로운 작품을 공개했다. 작품 설명은 최인경 대리의 도슨트로 진행됐다.

20일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미디어 술래'전 전시 전경. 곽요한 작가가 AI로 제작한 영상물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곽요한 작가는 뇌경색 이후 겪은 상실과 재구성의 감각을 AI 단편 영상 '창조의 순간'으로 구현했다. 원래 평면 작업을 해오다 이번에 처음 미디어 아트를 시도했다. 곽 작가는 "2021년 뇌경색을 겪으며 느낀 혼란감과 시간이 뒤집어지는 감각 자체를 담았다"며 "회화를 기반으로 하되, 컴퓨터에게 말로 명령해 AI로 영상과 목소리를 만드는 등 붓을 들지 않고 컴퓨터로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와 대사, 음향 모두 AI로만 제작됐으며, 기술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어색한 말투를 일부러 편집하지 않고 극대화했다.

전시의 기술 감독을 겸한 김유석 작가는 식물 모티프 로봇 모듈과 인공 태양을 결합한 '식물 로봇'을 출품했다. 빛 센서가 달린 로봇들이 인공 태양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데이터를 연산해 움직임과 소리를 바꾼다. 관람객이 스마트폰 라이트 등으로 개입하면 수치가 변하며 새로운 바람 소리와 모션을 만들어낸다. 자연 속의 조화로운 관계를 표현한 이 작품은 기계적인 입력을 넘어 로봇 스스로가 판단하는 예측 불가능성을 핵심으로 삼는다.

박유석 작가는 웅장한 오르골 형태의 타원형 원기둥 구조물을 설치했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돌아가다 관람객의 몸에 닿으면 새로운 소리가 중첩되어 생성되는 구조다. 박 작가는 어린 시절 태양을 오래 보는 놀이를 하다 한쪽 눈을 실명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장애를 안겨준 '빛'에 대한 관심을 예술로 승화해 공간과 소리로 확장된 인터랙티브 작업을 완성했다. 여러 관람객이 동시에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소리의 중첩은 자연과 인간의 순환적 연결을 시각과 청각으로 탐색하게 한다.

20일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미디어 술래'전 전시 전경. 김유석 작가가 '식물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선천적 청각장애가 있는 이요 작가는 소리를 진동으로 감각하는 경험을 캔버스와 구조물로 시각화했다. 모터의 진동을 이용해 철가루를 뿌린 캔버스를 흔들고, 이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흔적과 부식된 형태를 평면 작업으로 남겼다. 작품들의 제목은 '이탈리아어 음악 기호다.

이 작가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음파의 운동을 주파수에 따라 다르게 표현했다"라며 "음악 곡의 폭을 보고 선택해 진동으로 작업을 구현했다"고 전했다.

박성민 작가는 청각장애 무용수 강혜라, 발달장애 현악 4중주단과 협업한 퍼포먼스 영상 '안티 그라비티(Anti-Gravity·반중력)'를 선보였다. 음악에 춤을 맞추는 기존 방식을 뒤집어, 무용수가 먼저 음악 없이 춤을 추면 관절의 움직임 데이터를 추출해 음역대로 변환하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는 반중력적 프로세스를 시도했다. 무용의 흐름을 리듬으로 소화한 이현성 연주자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리듬에 가까운 악보가 이상했는데, 공연을 하고 나니 무용수의 움직임 자체가 멜로디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성민 작가의 '퍼포먼스'에서 (안무) 강혜라, (연주 공민배, 김윤세, 이현성, 장미솔이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박은영 작가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40개의 투명 구체 구조물을 허공에 설치했다. 인체 감지 센서가 탑재되어 관람객이 다가오면 마치 잠에서 깨어나 숨을 쉬듯 조금씩 움직이며 빛의 광량을 조절한다.

박 작가는 "비눗방울처럼 찰나의 순간을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했다"라며 "딱딱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숨 쉬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전시장 라운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작품의 형태를 점자처럼 만져볼 수 있는 촉각 자료 패널도 함께 마련되어 전시장 문턱을 낮췄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무료다. 일요일과 8월 17일은 휴관한다.

20일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미디어 술래'전 전시 전경. 박은영 작가가 투명 구체의 인터랙티브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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