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솔직히 부담… 언어는 경쟁 아닌 인간의 존재 방식"[인터뷰]

"수상 후에도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아비뇽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
"모국어는 우리가 처음 경험한 음악… 혐오의 시대, 충격 그냥 흘려보내선 안 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6/뉴스1

(파리=뉴스1) 이준성 특파원

"언어라는 것은 그냥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문학은 언어로 할 수 있는 많은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소설가 한강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어와 문학, 자신의 소설이 무대 위에서 낭독되는 경험, 역사적 비극과 혐오의 시대에 대한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한강은 언어를 경쟁력으로 환산하기보다 인간이 세계와 만나고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 방식으로 설명했다.

올해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했고,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1장 '새'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를 공식 프로그램에 올렸다. 한강은 한국어가 아비뇽에서 다뤄지는 일이 반가웠고, 자신의 문장이 배우의 몸과 목소리를 거쳐 공간에 퍼지는 경험이 새롭고 특별했다고 말했다.

"언어는 우열을 겨루는 무기가 아니다"… 한강이 말하는 모국어의 숨결과 존재의 방식

아비뇽 페스티벌 참여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국어와 낭독 형식의 의미를 함께 들었다. 그는 "한국어라는 언어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며 "제 소설을 극화한다기보다 낭독한다는 점도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배우와 한국 배우가 나란히 서서 텍스트를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어렵지 않게 결정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한국어와 문학을 세계적 경쟁력의 관점보다 존재와 감각의 문제라고 봤다. 모국어를 인간이 처음 경험하는 음악이라고 표현하며, 문학은 언어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의 세계적 경쟁력과 잠재력을 묻자 "언어를 경쟁력과 연관시켜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우리가 태어나 모국어를 배우고, 그 모국어를 통해 세계와 만나고 우리 자신을 만들어간다"며 "언어라는 것은 그냥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이라며 "문학은 언어로 할 수 있는 많은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는 우열을 겨루거나 경쟁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존재하는 방식"이라며 "모국어는 우리가 처음 경험한 음악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어는 진실을 담기도 하고 때로는 진실을 감추기도 하지만,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도 하고 고백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6/뉴스1
아비뇽 40도 폭염 속 재현된 제주의 겨울…묵독의 뇌리를 벗어나 공간으로 퍼지는 문장들

이날 밤 교황청 궁전 명예의 뜰에서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1장 '새'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가 오른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각각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한강의 문장을 읽고,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연출했다. 한강은 낭독 공연 '새'를 소설 전체를 요약하는 무대가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의 감각을 살리는 작업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배우가 자신의 문장을 몸으로 통과시켜 다시 내보내는 과정에서 언어의 음악성과 공간성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전날 최종 리허설을 본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장편소설이기 때문에 전체를 읽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어떤 부분을 왜 골랐는지 리허설을 보고 나서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쓴 문장들이 드라마투르기를 거쳐 극화된 것이 아니라 그대로 낭독되는 것"이라며 "저의 문장들이 배우들의 몸을 돌고 나와 어떻게 공간에 퍼지는가를 처음 경험했다.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배우의 목소리로 문장을 듣는 경험에 대해서는 "언어에는 원래 음악적인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 내지 않고 묵독할 때도 머릿속에는 음악이 만들어진다"며 "배우가 해석해 몸을 통과시켜 내보내는 음악적 요소는 제가 생각한 문장과 다를 수 있고, 그것이 겹치는 지점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열리는 아비뇽은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 있다. 한강은 "너무 더운 계절에 아주 추운 겨울 이야기를 땀을 흘리며 봐야 하는 것이기는 하다"면서도 "돌로 된 오래된 공간, 밤이 주는 힘, 어둠 속의 불빛과 바람 소리 때문에 겨울 느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낭독 공연이 소설을 요약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한강은 "전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공연이 아니라 앞부분을 발췌해 그 느낌에 더 집중하는 공연"이라며 "연출가가 문장 하나하나의 감각을 더 살리고 싶다고 했고, 저도 그 방향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연극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라기보다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감각과 감정,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움직임, 표정을 음미하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6/뉴스1
제주의 비극이 세계에 닿는 문턱…한강 "혐오가 문제라는 일치된 생각 속에 희망이 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자신의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와 제주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해외 독자에게도 닿는 이유를 인간이 반복해 온 보편적 비극에서 찾았고, 혐오의 시대에는 충격을 흘려보내지 않고 함께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광주와 제주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서 출발했지만, 해외 독자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의 문턱이 특별히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저는 소설을 쓸 때 눈송이와 새의 깃털, 촛불의 불꽃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것들을 통해 그 사건에 가까이 가고 싶었다"며 "가장 무거운 것이지만 그런 감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들은 경하라는 인물과 함께 제주 중산간의 인선 집까지 눈보라를 뚫고 가고,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건을 만나게 된다"며 "사전 지식이 없거나 같은 역사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그 사건은 한국의 특수한 사건이라기보다 인류가 오랜 역사에 걸쳐 반복해서 경험해 온 비극이기도 하다"고도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외부 활동에 대한 부담도 털어놨다. 한강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며 "시간이 지나고 관심도 조금 줄어드는 것 같고, 수상자는 해마다 나오니까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제 삶이 달라진 것은 없고 별다를 것 없이 살고 있다"며 "아비뇽에 온 것은 공연이 재미있을 것 같았고, 한국어라는 언어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다룬다고 하니 반갑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제고 야구부 응원 논란 등 최근 한국 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커지는 혐오와 단절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며 "기성세대로서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하다가 우리는 이렇게 실패를 하게 되었나 이런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사건이 나타났을 때 아 그냥 충격과 그런 놀라움 속에서 그냥 이렇게 지나가 버리면 안 되는 것 같다"며 "혐오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문제적인 것이라는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혐오의 시대에서 어떻게 방향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하나의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덮고 지나가 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문학에 대해서는 "한국 문학의 장이 너무 소중하고 좋은 작품과 좋은 작가들이 많다"며 "번역도 많이 되고 좋은 번역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 서점에도 한국 문학 섹션이 만들어지고 크게 마련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장 빌라르가 창설한 프랑스 대표 공연예술 축제다. 올해 80회를 맞은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하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 구자하의 '하리보 김치', 이자람의 '눈, 눈, 눈', 이경성의 '섬이야기' 등 한국 예술가 및 한국 관련 작품을 공식 프로그램에 올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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