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로 켜켜이 쌓아 올린 기억의 흔적"…홍성용 '박제된 기억'전
금산갤러리 8월 15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잊히고 변하는 우리의 기억을 끈질기게 붙잡아 예술로 기록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명동역 인근에 위치한 금산갤러리는 8월 15일까지 한 달간 홍성용 작가의 개인전 '박제된 기억'(Preserved Memory)을 개최하고, 기억의 흔적을 옻칠 회화로 깊이 있게 풀어낸 다양한 신작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작가는 흘러가 버리는 과거의 특정한 순간과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을 단순히 옛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는 작품을 통해 사라지는 기억을 다시 현재로 끄집어내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소환의 도구로 삼는다. 특히 쉽게 잊히고 빠르게 지나가는 오늘날의 바쁜 세상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예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온전히 보존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 매개체는 한국의 전통 공예 재료인 '옻칠'이다. 칠하고 말리는 고된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옻칠은 오랜 세월 대상을 보호하는 보존 능력이 탁월하다. 홍 작가는 이 반복되는 노동의 시간이 우리 머릿속에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고 변해가는 과정과 매우 닮아 있다고 보았다. 캔버스 위에 여러 겹으로 얹어진 거친 옻칠의 층위들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굳건한 공간이자 감정이 머무는 장소가 된다.
홍성용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거쳐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옻칠조형예술을 공부하고 영국 브라이턴 대학교에서 디자인 석사를, 이후 서울대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구파 예술가다. 평소 회화뿐만 아니라 타투, 디지털 VR, 퍼포먼스, 디제잉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해 왔다. 매체는 달라도 그가 던지는 질문은 늘 기억과 존재, 관계라는 본질적인 주제로 수렴한다.
전시는 매일 10시부터 18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오프닝 행사는 17일 오후 5시에 마련되어 작가와 직접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전시 상세 정보는 금산갤러리 웹하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은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옻칠을 통해 개인의 내면을 기록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각자 가슴속에 묻어둔 소중한 추억들을 조용히 매만져보게 하는 따뜻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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