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과 선의 미학"…홍도연 '당신이 여기 오기까지'전
컷더케이크 3~19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목적지에 도달하는 결과보다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 자체의 소중함을 되짚어보는 특별한 미술 전시가 열린다. 홍도연 작가의 개인전 '당신이 여기 오기까지 The way you came here'가 3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월드컵로에 위치한 미술 전시공간 컷더케이크에서 관객들을 찾아간다.
홍도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삶의 궤적을 돌아볼 기회를 공유한다. 전시회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빛의 흔적과 숨겨진 윤곽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연필과 목탄을 쥐고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을 화폭에 담아 왔다. 그에게 드로잉은 단순히 사물을 똑같이 베껴 그리는 기술이 아니다. 주변 세계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소통하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작가는 걷는 행위와 선을 긋는 드로잉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바라본다. 발걸음을 옮기고 눈길을 던지는 모든 과정이 세상이라는 커다란 도화지 위에 하나의 선을 새겨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핵심 요소는 나뭇잎 틈새로 부드럽게 쏟아지는 햇살의 그림자다. 작가는 빛을 직접 칠하는 쉬운 방법 대신, 목탄을 겹겹이 칠해 어둠을 짙게 쌓아 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어두운 흔적이 깊어질수록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빈 공간이 밝고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여백은 비어 있는 쓸쓸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형태가 된다.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도화지로 바꾼 점도 인상적이다. 벽과 바닥은 커다란 종이 역할을 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그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는 시시각각 움직이는 선이 된다. 종이를 접거나 흠집을 내어 만든 입체 작품들은 평면에 갇혀 있던 선이 어떻게 3차원 공간으로 뻗어 나가는지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쉽게 놓치는 관계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일깨워주는 신선한 시도다. 자연의 빛을 전시장 내부로 끌어들여 시간에 따라 매번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도록 연출한 기획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관람객이 서 있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작품의 경계가 계속 변하므로 고정된 미술품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정작 중요한 과정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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