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대신 '삶' 흐르는 DMZ"…자인 '철원 DMZ 물꼬'전
철원 오픈스튜디오 8~22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강원도 철원 DMZ(비무장지대)를 대립의 상징이 아닌,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터전으로 바라보는 독특한 전시가 열린다. 철원문화재단 양지리 레지던시의 지원을 받는 작가 자인(ZAIN)이 8일부터 22일까지 철원에서 오픈스튜디오 '철원 DMZ 물꼬'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자인 작가가 여러 지역을 돌며 진행 중인 '공동의 존재화'(Mutual Becoming) 연작의 네 번째 무대다. 홍천과 서울 광화문, 스웨덴을 거쳐 철원에 도착한 작가는 스마트폰 화면 속 정보에만 갇혀 감각이 무뎌진 현대인들에게 현장의 생생한 숨결을 전하고자 한다.
그는 철원 민통선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주민들은 군인 못지않게 자신들이 땅을 지키며 매일 물길을 열고 농사를 짓는다고 입을 모았다. 작가는 통제와 제약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어지는 이들의 일상과 시간에 주목했다.
전시는 그림과 글, 행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다. 메인 회화 작품은 전쟁 당시 쓰인 철사나 지뢰 파편을 도구로 삼아 그려졌다. 테이프로 가로막힌 화면 위에서 물감이 길을 찾아 번져나가는 모습은, 규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DMZ의 풍경과 닮았다. 80여 점의 연구 드로잉과 통제선 출입증 크기의 작은 책자도 함께 공개된다.
11일에는 특별한 공연도 펼쳐진다. 작가가 농수관으로 다리를 묶고 장벽을 걷는 퍼포먼스에 이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장벽에 반투명한 천을 설치하는 참여형 예술이다.
자인 작가는 "DMZ를 단순히 갈라진 땅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매일 물길을 바꾸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몸짓을 다양한 예술 매체로 널리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대중에게 DMZ는 딱딱하고 무서운 정치적 공간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곳에도 우리와 똑같이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이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예술이 딱딱한 이념의 벽을 허물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로 채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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