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부터 '서편제'까지…지기학 대본집

[신간] '꿈인 듯 취한 듯'

[신간] '꿈인 듯 취한 듯'의 저자 지기학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꿈인 듯 취한 듯'은 안숙선 명창과 함께한 작은 창극 시리즈를 묶어 창극의 뿌리를 다시 묻는다. 지기학은 표제작에 안숙선이 제안했던 '오우가' 구상을 녹이고 판소리 다섯 마당의 인물을 넘나들며 소리와 무대가 맞닿는 지점을 좇는다.

창극의 중심에는 소리꾼의 가창과 연희가 놓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지기학은 무대 형식보다 소리의 힘과 배우의 몸을 먼저 세우며 창극의 정체성을 다시 살핀다. 침묵에서 솟아올라 흔적 없이 사라지는 소리의 성질도 이 대본집을 끌고 가는 한 축이다.

안숙선은 이 작업에서 단순한 협업 상대가 아니라 창극을 비춰보는 기준점으로 놓인다. 무대 위에서 소리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 명창의 태도와 수행자 같은 성실함은 연출가에게 창극이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지 되묻게 한다. 대본집은 두 예술가가 오래 호흡을 맞추며 쌓아온 작업의 기록이기도 하다.

표제작 '꿈인 듯 취한 듯'에는 안숙선이 제안했던 '오우가' 구상이 들어간다. 춘향과 심청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의 주요 인물들이 한 작품 안에서 교차하며 시간과 서사를 가로지른다. 지기학은 익숙한 인물들을 한자리에 불러내 창극의 형식과 소리의 결을 함께 밀어붙인다.

책은 표제작 한 편에 머물지 않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창극과 새판소리 두 갈래로 함께 실렸고, '춘향은 살아있다!'와 '논개'(論介), 충절지무'(忠節之舞), '사승마(蛇繩麻) 뱀이다!?', '서편제'까지 지기학이 써온 극본이 한 권에 묶였다. 극적 서사와 대중성을 갖춘 작품부터 춤과 소리를 앞세운 무대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 구성은 작품 목록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한 이야기가 장르를 달리하며 어떻게 변주되는지, 전통 서사가 음악극과 춤극, 소리춤극으로 어떻게 번져가는지 보여준다. 창극과 판소리, 무용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맞물리는 지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기학은 국가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다.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과 악장, 예술감독,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지내며 창극대본 집필과 연출, 판소리 창본과 작창 작업을 이어왔다.

△ '꿈인 듯 취한 듯'/ 지기학 지음/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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