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초스' 원작 80점 최초 공개"…한국 최초 '고야' 단독 조망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26일~9월 30일

'스페인의 거장 고야 전' 포스터 (UNC 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스페인이 낳은 천재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 세계가 한국 관람객을 찾는다.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화려한 궁정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그가 왜 인간 내면의 추악함과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어둠의 화가'로 변신했는지 그 기적 같은 변화의 과정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귀한 기회다.

전시의 가장 핵심적인 볼거리는 단연 한국에서 최초로 실물이 공개되는 판화 연작인 '카프리초스' 원작 80점이다. 고야는 이 작품들을 통해 당시 지배층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매섭게 풍자했다. 여기에 더해 청력을 완전히 잃고 외롭게 살아가던 말년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귀머거리의 집' 공간도 마련된다. 이곳에서는 인간의 공포와 절망을 어두운 색채로 담아낸 '검은 그림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어 관람객에게 잊지 못할 몰입감을 선사한다.

프란시스 고야, The Parasol, 1777 ⓒ UNC 제공

전시는 총 6개의 다채로운 공간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화려한 미디어 아트로 고야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의 초상 - 고야의 두 얼굴'을 시작으로, 왕의 총애를 받던 궁정화가 시절의 연대기인 '스페인의 궁정화가, 고야', 그리고 예술적 저항 정신이 싹튼 여정인 '빛에서 어둠으로'를 순서대로 보여준다. 이어서 핵심인 '변덕(카프리초스)'와 '귀머거리의 집'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그의 예술이 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어둠에서 빛으로 - 끝나지 않은 고야의 시대'로 마무리된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계 관계자는 고야의 작품이 단순한 옛날 그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18세기 스페인의 낡은 생각에 맞섰던 고야의 외침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며 "그가 남긴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 현대인들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란시스코 고야, Witches' Sabbath, 1797-1798 ⓒ UNC 제공

이번 전시는 UNC Gallery 20주년 특별전으로, 주한 스페인 대사관과 주한 세르반테스 스페인 문화원이 후원한다.

고야가 외친 비판의 목소리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종교화나 귀족의 초상화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광기와 폭력성까지 정직하게 마주한 고야의 태도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 예술이 세상의 어둠과 맞서 싸우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그의 발자국은 감추고 싶은 진실을 대담하게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역할임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