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려 하지 않아도 태어나는 그림"…이강소 '생성의 장'전

리안갤러리 대구 7월 11일까지

lee Kang-So, Becoming-26080, 2026, Acrylic on canvas, 130 x 162 cm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의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어 온 거장 이강소 화백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다. 리안갤러리 대구는 독창적인 실험 정신으로 국내외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강소의 개인전 '생성의 장(場): 어 필드 오브 비커밍(A Field of Becoming)'을 무대에 올린다.

7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신작 회화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공들여온 조각품을 함께 공개하는 자리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스스로 태어나는 생명력'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강소는 자신의 의지대로 붓을 휘두르거나 찰흙을 만지기보다는,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림과 저절로 굳어지는 조각을 추구한다. 그의 작품은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은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하나의 움직임에 가깝다. 작업실 내부의 물감 성질, 신체의 궤적, 공간의 공기, 그리고 우연한 순간들이 교차하며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기존의 미술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이 빚어지는 과정과 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형태는 결과가 아니라 남겨진 흔적이며, 의미 또한 고정된 정답 없이 관객과 마주하며 매번 새로워진다. 그는 이 변화를 '비커밍'(Becoming)이라는 단어로 사유한다. 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매 순간 움직이는 생각의 흐름과 같아서, 관객이 마주하는 위치나 경험에 따라 작품은 매번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힌다.

lee Kang-So, Becoming 26068, 2026, Acrylic on canvas, 73 x 91 cm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이러한 시각은 동양 전통 철학의 '기'(氣) 개념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이 잠시 한곳에 응집된 것이 바로 그의 그림과 조각이다. 붓과 재료, 공간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강물처럼 연결되어 흐르는 통로가 된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이강소는 1973년 첫 전시에서 전시장 안에 선술집을 통째로 차려놓고 손님을 맞아 화단을 뒤흔들었던 선구자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그는 늘 신선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강소가 차려낸 예술의 장은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자리가 아니다. 규격화된 정답만을 강요하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그의 작품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우연의 미학을 선물한다. 완벽함을 좇는 욕심을 내려놓고 대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거장의 뚝심 있는 실험은 눈앞의 성과보다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깊은 울림으로 보여준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