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반야 야재' 심은경 "지리멸렬한 삶이라도…살아내는 게 값진 일"
23일 국립극단 '반야 아재' 관객과의 대화
공연, 오는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은희의 생활은 지리멸렬하고 굉장히 벅차요. 은희도 도망치고 싶었겠죠. 하지만 저는 은희가 그 노동 속에서 분명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살아내는 것이 가장 값진 일이라는 걸요."
국립극단의 신작 '반야 아재'로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배우 심은경(32)이 '서은희' 역을 연기하며 느낀 점을 말했다. 그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작은 한 발을 내디딘다는 마음으로 (은희를)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170분 간의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작품에 대한 여운을 안은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극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번안과 연출을 맡은 조광화를 비롯해 배우 조성하, 심은경, 남명렬, 손숙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반야 아재'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희곡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으로, 공간적 배경은 충북 영동군의 한 정미소로 옮겨 왔다. 등장인물 역시 한국식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원작의 '바냐'는 '박이보'(조성하 분)로, 조카 '소냐'는 '서은희'로 바뀌었다.
인물을 분석하며 어려웠던 점에 대해 심은경은 "원작을 읽었을 때 소냐라는 캐릭터가 밝게 느껴지지 않았다, 애써 살아가고 있지만 활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연출님께서 굉장히 강조하셨던 부분이 활력과 활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밝음 안에도 슬픔이 있고 슬픔 안에도 밝음이 있기에, 슬픔을 꼭 슬프게만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 양가적인 면이 공존하는 것이 체호프 작품의 매력 같다"고 덧붙였다.
극 중 은희는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난 왜 이리 못생겼을까"라고 한탄하며 먹던 감자를 내던지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귀여운 얼굴로 못생김을 연기하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심은경은 "저도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 장면에 감정 이입하기가 수월했다"고 답하자, 객석은 순간 술렁였다.
이어 "감자를 던지는 장면은 은희의 속상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연습 중에 한 번 시도해 본 행동이었다"며 "연출님께서 '너무 좋다'고 하셔서 계속하게 됐다, 은희의 귀여움과 내면의 속상함이 함께 표현된 장면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극 중 은희의 아버지이자 허영심 많은 학자 '서병후'를 연기한 남명렬(67)은 심은경에 대해 "스타 배우이지만 연극은 처음이라 연극 문법이 어색할 수 있었는데, 엄청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며 "그 시간이 남은 공연에서 다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야 아재'는 배우들 연기와 연출, 무대 장치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놀(NOL) 티켓 관람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9.6점. 지난 22일 개막, 오는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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