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67년 만에 '샤일록'…20세엔 권선징악, 80대 땐 '이것' 표현"(종합)
12일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 열려
공연은 7월 8~8월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60년이 훌쩍 지났네요. 학생 시절에는 제 마음대로 표현하던 시절이었죠. 스무 살의 샤일록이 '권선징악'이었다면, 지금은 '사람'을 표현하고 싶어요."
67년 만에 '탐욕의 화신' 샤일록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원로 배우 박근형(86)은 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20대 시절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놀(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각색·연출 오경택을 비롯해, 신구·박근형·카이·최수영·원진아·이상윤 등 13명이 참석했다.
'베니스의 상인'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의 대표 희극이다. 이 작품은 거상 '안토니오'가 친구 '바사니오'의 구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위기에 처하지만, 지혜로운 여인 '포샤'의 재판을 통해 극적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다.
1959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1기로 입학한 박근형은 같은 해 학교 공연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 역을 맡았다고 한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고(故) 이근삼 작가는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수확은 박근형"이라고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새내기 시절 연기했던 이 냉혈한 캐릭터를,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마주하게 됐다.
박근형은 "젊었을 땐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진정한 배우로서 샤일록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때보다는 완숙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 드리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동석한 신구(90)는 건강을 염려하는 취재진에게 "고맙다"며 "나이 드니 몸이 뜻대로 안 되지만, 나름대로 걷기 운동도 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기의 원동력에 대해서는 "내가 하고 싶고, 즐겁고, 보람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남아 있는 힘이 있으니, 그것을 동력 삼아 한다"고 답했다. 그는 2023~2025년 박근형과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전국 공연을 펼쳤고,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불란서 금고'에도 오는 6월 초까지 출연한다. 이어 7월엔 '베니스의 상인'에서 재판을 주재하는 '공작'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노(老)배우는 '전석 매진'에 대한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은 1000여 석 규모인데, 만석을 채우려면 관객 3만 명이 와야 한다"며 "서울시는 약 1000만 도시이니, 3만 명 동원쯤은 우습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극 무대에 두 번째로 도전하는 최수영(36)은 법정의 흐름을 뒤바꾸는 '포셔' 역을 맡아 원진아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포셔는 셰익스피어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이라,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정의를 위해 남장을 하고 재판에 참여하기까지 얼마나 큰 모험심이 필요했을까 싶죠. 포셔를 알아갈수록 지혜롭고 재치가 넘치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묻자, 오경택(52) 연출은 "연극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장르"라며 "유대인인 샤일록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지요. 그동안 샤일록은 복수의 잔혹성 때문에 악인으로 비쳤지만, 이번 공연을 본 관객은 '샤일록이 꼭 나쁜 사람인가?' 싶을 겁니다. 이 작품을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의 질문으로 끝나는 법정극'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은 오는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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