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97편·'여자' 172편… 한국영화 제목이 보여준 감수성
한국영화 제목 속 여성 지칭 어휘, 남성보다 63% 많아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제목展' 8일 개막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1919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영화 8436편의 제목을 분석해 텍스트와 이미지, 움직임으로 다시 읽는 전시를 무료로 만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8일부터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전시 '제목전(展) - 텍스트, 타이포그래피, 무빙 이미지'를 선보인다.
8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가 먼저 꺼내는 질문은 한 세기 넘는 한국영화 제목에서 가장 자주 나온 단어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분석 결과 1위는 197편에 들어간 '사랑'이었고, 뒤이어 '여자' 172편, '밤' 124편, '청춘' 77편, '왕' 69편이 뒤를 이었다.
영상자료원은 이런 빈도 분포가 한국영화가 관계와 감정을 축으로 서사를 쌓아 온 흐름을 보여준다고 봤다. '이별', '눈물', '연인', '로맨스' 같은 어휘가 꾸준히 등장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여성과 남성을 가리키는 말의 비중 차이도 전시의 한 축이다. 여성을 지칭하는 어휘는 47종으로 남성을 가리키는 어휘 29종보다 약 63% 많았고, '여자'는 전체 단어 빈도 2위에 올랐다.
영상자료원은 이런 차이가 신파와 멜로드라마 중심의 서사, 1970~80년대 성애영화의 영향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산딸기', '가시를 삼킨 장미',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처럼 여성을 은유한 제목까지 넓혀 보면 그 비중은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제목을 글자에 머물지 않는 시각 언어로도 다룬다. 이상화, 한병아, 김태양 감독이 참여해 한국영화 제목과 장면, 타이틀 시퀀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냈다.
이상화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 '올드보이', '괴물' 등을 모티프로 삼아 2000년대 한국영화 제목과 이미지를 빠르게 변주하는 모핑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한병아 감독은은 1966년작 '워커힐에서 만납시다'를 바탕으로 제목과 이미지를 애니메이터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김태양 감독은 고전영화 타이틀 시퀀스를 콜라주한 영상 작업으로 참여했다. 제목이 품은 시간성과 영화사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다.
포스터 디자인 섹션에서는 스튜디오 빛나는, 꽃피는 봄이 오면, 프로파간다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영상자료원은 관객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만나는 제목의 서체와 디자인이 영화의 정서를 압축해 전달하는 장치라는 점도 이번 전시에서 함께 조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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