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달드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AI 대체 불가 라이브의 기적"

"10년 만에 마주한 '빌리'와 '한국 배우들의 저력' 콜라보에 감동"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 7월 26일까지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연출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스티븐 달드리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공연 프리뷰와 드레스 리허설을 마친 그는 한국 배우들의 기량에 경의를 표하며, 기술 만능주의 시대에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13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달드리는 "전날 프리뷰 공연을 보며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을 했다"며 "특히 빌리 역을 맡은 김승주 군에 대해 "마라톤을 뛰면서 동시에 햄릿을 연기하는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아이로서의 연약함과 변성기 전의 찰나적 순간, 그리고 고난도의 춤을 소화하는 우아함이 전 세계 관객을 관통하는 보편적 감동을 만들어 냈다"며 "세계적 수준인 한국 배우들의 공연 현장을 영국 관객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다"라며 한국 프로덕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달드리는 '빌리 엘리어트' 작품의 배경인 1984년 영국 광부 파업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20대 시절 광부 마을 회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대처 시대를 "조직화된 노동과 노동계급에 대한 잔인한 공격자"로 규정했다. 이어 "현재의 AI 혁명을 당시의 산업 붕괴에 비유하며, 새로운 기술이 공동체를 위협하고 실업을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 4인방.(신시컴퍼니 제공)

하지만 그는 라이브 공연의 불멸성을 확신했다. "AI가 영화에서는 많은 것을 하겠지만, 관객이 한 공간에 모여 배우와 같은 숨을 쉬며 느끼는 '라이브의 경험'은 절대 재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탄광은 사라졌지만, 무대 위에서 인간의 몸으로 구현되는 춤과 에너지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는 것이다.

공연 중 대처의 죽음을 풍자하는 장면에 대해 그는 "이것은 풍자가 아니라 사실적인 묘사"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대처 사망 당일, 웨스트엔드 공연에서 '노래를 부를지 말지'를 관객 투표에 부쳤을 때 99%가 '부르자'에 찬성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정부가 대처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른 것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작품은 단순히 꿈을 좇는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산업의 종말과 함께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는 광부 공동체의 비극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드리는 작품 속 아이들을 순박하게만 그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욕을 시키고 거칠게 묘사한 것은 현실을 반영하기 위함이다"며 "모든 캐릭터가 착하기만 하면 긴장감도, 사실성도 사라진다"는 연출 철학을 밝혔다.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연출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기묘한 이야기' 하이브리드 공연도 언급했다. 또한 여전히 리바이벌보다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형식을 찾는 데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달드리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생동감에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아함과 순수함을 간직한 한국의 빌리들을 보며 큰 위안을 얻었다"는 인사를 끝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약 1년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가 '4대 빌리'로 출격 준비 중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1대 빌리' 발레리노 임선우(26)가 성인 빌리 역을 맡아 출연한다.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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