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반, 노르웨이 '입센 스코프 그랜트' 최종 선정…경쟁률 41:1
입센 고전과 한국 현대사 결합한 '민중의 적: 거짓의 시대'…2027년 본공연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공연제작사 스튜디오 반(대표 이강선)이 노르웨이의 국제 지원 프로그램 '입센 스코프 그랜트 2026(Ibsen Scope Grants 2026)'에 최종 선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선정으로 스튜디오 반은 65개국 207개 프로젝트 가운데 최종 선정된 5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입센 스코프 그랜트는 노르웨이 정부가 2007년부터 운영해 온 국제 공연예술 지원 프로그램이다. 헨리크 입센 작품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정치 담론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해 왔으며, 지금까지 37개국 58개 프로젝트만 선정됐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65개국 207개 프로젝트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최종 선정작은 5편뿐이었다. 공식 발표는 노르웨이 현지 기준 지난 25일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스튜디오 반의 '민중의 적: 거짓의 시대'(An Enemy of the People: The Age of Lies)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 작품은 입센의 '민중의 적'을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과 결합해 다시 쓴 창작극이다.
'민중의 적: 거짓의 시대'는 재일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간첩 조작 사건을 배경으로 삼는다.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당한 한 인물이 수년 뒤 자신이 만들어야 했던 진실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주인공은 피해자에서 가해자, 탈주자, 내부고발자로 이어지는 복합적 궤적 속에서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힌다. 작품은 "다수는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을 넘어 일상의 안정이 타인의 진실을 희생한 결과일 수 있는지, 진실을 외면한 채 '선량한 시민'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두고 "인간의 역설과 딜레마를 대담하게 드러내는 미래지향적 예술적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통찰과 형식적 혁신이 결합한 동시대적 의미를 높이 샀다는 설명이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올해 입센 스코프 그랜트에 한국 프로젝트가 선정된 것은 한국 예술계가 지닌 창의성과 깊이를 잘 보여주는 성과"라고 밝혔다.
스튜디오 반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 하반기 시범 공연을 거쳐 2027년 본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도 공식 후원으로 참여한다.
이강선 대표는 "입센 스코프 그랜트는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담론을 다루는 작품들이 모이는 무대"라며 "이번 선정과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과 노르웨이를 잇는 의미 있는 문화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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