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비틀어 해학 이끌고 관념 깨우다"…박찬경 '안구선사'전

국제갤러리 19일~5월 10일

19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박찬경 작가ㄱ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제갤러리는 19일부터 5월 10일까지 K1에서 박찬경의 개인전 '안구선사'(眼球禪師)를 개최한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박찬경 작가는 19일 "사찰 벽화와 조선 민화를 차용해 전통 미학에 내재한 그로테스크, 숭고, 판타지, 유머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며 "이는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을 넘어 졸고 있는 전통의 관념을 깨우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9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간 주력해 온 영상과 사진 대신, 최근 작업한 회화 20여 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박찬경은 지난 30여 년간 분단, 냉전, 전통, 민간신앙을 렌즈 삼아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탐구해 왔다.

박찬경에 따르면,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 '안구선사'(2025)는 구지선사 설화를 변형한 것이다. 구지선사는 누가 무엇을 묻든 손가락 하나만 세워 보였다. 한번은 한 동자가 그를 흉내 내며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그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동자가 아파하며 물러날 때 그가 다시 손가락을 세우자 그제야 동자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박찬경 '안구선사'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동자가 스승을 흉내 내며 손가락을 들었던 것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닌 '흉내'와 '분별심'에 불과했다. 구지선사가 손가락을 자른 것은 동자가 집착하던 형상을 제거한 것이다. 그 순간 다시 손가락을 세워 보인 것은 형상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불성)을 직면하게 한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모방 끝에 신체 일부를 잃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서사를 자학적인 시각예술가의 선문답으로 재구성했다.

박찬경은 불교 고사를 ‘선불교 그로테스크 SF’로 재해석한 '혜가단비도'(2026), '혜통선사'(2025) 등은 종교적 결기와 만화적 과장을 뒤섞는다. 또한 '족자' 연작과 '괴석' 연작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언어 게임을 선보인다. 특히 괴석도를 ‘인류 없는 우주’를 상상한 결과물로 해석하며 인간 중심 사유에서 벗어나려는 현대적 흐름과 연결한다.

박찬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의 '집단적 독창성'에 주목한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공동체에서 반복 전승되며 갱신되는 익명의 창조성을 신뢰하는 태도다. 매일 돌을 그리며 날짜를 붙인 '헛수고' 연작은 기능 없는 행위가 갖는 내밀한 가치를 역설한다. 이는 디지털 기기에 점령당한 현대인의 ‘안구’가 겪는 피로와 대비되는, 수행으로서의 이미지 제작을 제안한다.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칼아츠를 졸업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영상, 사진, 기획을 넘나들던 그의 예술적 궤적이 이번 회화 전시를 통해 어떻게 확장되는지 확인할 기회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