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실험의 50년 여정"…'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전
이명미 "예술은 끊임없이 걷는 성실한 발자국"
우손갤러리 5일~5월 9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이명미 작가가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을 선보인다. 5일부터 5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50년 예술 세계를 가로지르는 방대한 서사를 공개한다.
5일 우손 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미는 "특정 장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와 호흡하며 변모해 온 것이 나의 작업 철학이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원색의 소품과 연작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강렬한 생명력과 새로운 가치 기준을 시사해 온 작품들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명미는 1970년대 비닐, 스펀지, 나무, 돌 등 전통적인 회화 재료가 아닌 일상적이고 파격적인 매체를 도입해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특히 옥상에 스펀지를 깔고 돌을 무작위로 놓아 자연과 작가의 선택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거나,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 사방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관습적인 시각 질서를 해체하려는 그의 집요한 노력이었다.
그는 "당시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작업들은 현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었다"고 회고하며 "그림이 작가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신념 아래 재료의 물성과 작가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상태를 지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제목인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는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예술적 자아와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어느 한 방향으로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며, 90년대 작업했던 콜라주를 다시 자르고 붙이거나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움에 대한 추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명미는 "예술은 창조라는 목적지를 향해 찾아가는 성실한 과정"이라 정의했다.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붓을 들고 있는 그는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걷는 것 자체가 나의 작업"이라며 예술가로서의 실존적 의지를 드러냈다.
이명미의 그림 속에는 천진난만한 놀이, 동심,유희가 가득하다. 더 나아가 그 근본에는 일관된 테마를 다루면서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내면의 무궁무진한 상상을 표출하려는 작가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이것을 지긋이 읽어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된 감상 포인트다.
이명미는 대구를 거점으로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의 저변을 확장해 왔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를 증언하는 살아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평면 회화의 틀을 넘어 설치와 개념적 시도를 넘나드는 이명미의 방대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는 "내 예술적 검진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와 교감해 왔다"며 영어와 한자 등 다양한 기호를 작품에 녹여낸 배경도 설명했다. 아울러 "다양한 입맛과 취향을 가진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더욱 성실하게 예술의 길을 경주할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