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피아노 거장' 안드라스 쉬프 "손은 늙어도 음악은 더 깊어져"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서면 인터뷰
공연은 3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지금도 연습할 때면 피아노 실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손이 예전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음색에 대한 제 생각과 구현 능력은 훨씬 깊어졌죠."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73)는 피아노 앞에 앉은 지 70년에 가까워진 지금도 실력이 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뉴스1과 서면 인터뷰에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쉬프는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고전 시대 레퍼토리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으며, 음악에 대한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쉬프는 오는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앞서 13일엔 부산콘서트홀에서도 연주회를 갖는다. 그가 1999년 창단한 악단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내한 연주를 선보인 지 1년 만에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난다.
쉬프의 리사이틀은 공연 당일에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도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연주될 예정이라는 점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3년 전 내한 리사이틀에서도 연주곡을 미리 알리지 않고 공연 당일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런 까닭에 그는 팬들 사이에서 '오마카세 스타일의 연주자'로 불린다. 음식점에서 셰프가 그날 가장 좋은 재료로 코스를 구성하듯, 쉬프 역시 공연 당일의 분위기에 따라 레퍼토리를 선택해 들려주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그는 '자유와 즉흥성'을 꼽았다.
"저는 보통 1년 전, 심지어 그보다 더 일찍 프로그램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일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년 뒤에 무엇을 연주할지 미리 정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지요."
그는 이어 "어떤 곡을 선택할지는 그날의 제 상태, 기분, 공연장의 음향, 그리고 악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제게 하나의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곡들은 역사적 맥락·성격·조성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쉬프는 젊은 음악가 지원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멘토링 프로그램 '빌딩 브리지스'(Building Bridges)를 통해,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도 국제 무대 진출의 어려움을 겪는 차세대 음악가들에게 실질적인 무대 경험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가교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태도에 대해 "음악을 향한 사랑, 그리고 의미 있고 개성 있는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피아니스트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윤찬뿐 아니라 김선욱도 서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옛 제자인 문지영 역시 훌륭한 피아니스트다, 곧 슈베르트 듀엣을 함께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지영은 201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 우승, 2015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다. 2022~2023년 베를린 바렌보임 사이드 아카데미에서 쉬프의 사사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수학했다.
인생의 마지막 날 단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바흐의 '푸가의 기법'(Die Kunst der Fuge, BWV 1080)을 꼽았다. "지금까지 쓰인 음악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바흐가 평생 탐구해 온 작곡 기법을 집대성한 곡으로, 그의 최후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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