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샤먼' 김수철, '소리그림' 세상에 선봬…"외계와의 대화"
"김수철이 김수철다운 그림 그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4일~3월 29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 현대음악의 거장 김수철이 음악을 넘어 회화 작가로서의 면모를 처음으로 드러낸다. 14일부터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전시 '김수철, 소리그림'은 그가 반세기 가까이 축적해 온 회화 작업물을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첫 번째 무대다.
13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가수 김수철은 "50년 넘게 이어 온 그림 작업은 '소리의 시각화'"라며 "밑그림 없이 직관적으로 작업하며, 동서남북의 방향성이 없는 우주의 질서와 행성의 소리를 화폭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음악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살면서 들리는 모든 소리와 기운을 이미지화하며, 음악과 미술을 분리하지 않는 통합적 예술관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의 질감을 살린 아크릴 기법, 수십 번의 붓질을 중첩한 에너지 표현, 그리고 독창적인 '수묵화' 시리즈를 선보였다.
오랫동안 비공개로 작업해 온 그는 "물감 냄새로 건강이 나빠지자 작품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전시를 결심했다"며 "관객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김수철답다'는 에너지를 느끼길 바라며, 향후에도 시리즈를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수철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소리로 구현해 온 인물이다. 특히 2023년에는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 국악과 양악의 공존을 일궈내며 음악적 지평을 넓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응축된 그의 예술적 탐구가 회화라는 시각적 언어로 확장된 결과물이다.
전시의 핵심 철학은 '소리는 그림이고, 그림은 소리다'라는 작가의 신념에 기반한다. 김수철은 음악으로 표현해온 자연, 우주, 일상의 소리를 회화라는 또 다른 악보 위에 선과 색, 질감과 리듬으로 풀어냈다. 이는 단순히 소리를 시각화한 차원을 넘어, 들리는 소리와 들리지 않는 소리의 공존을 탐구하는 존재론적 접근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10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작업 중 엄선된 100여 점이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소개된다. 푸른 필획으로 자연의 에너지를 담은 '소리 푸른', 인간의 감정을 색으로 구현한 '수철소리', 우주적 상상력을 발휘한 '소리탄생', 그리고 침묵과 근원의 고요를 묘사한 '소리너머 소리'는 김수철 회화 세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동국 전 경기도박물관 관장은 "김수철은 아크릴을 사용해 우주의 광경을 일상의 수묵화로 표현했다"며 "현대 미술의 어느 파에도 속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독창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명 음악가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독립된 예술 세계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비물질적 소리가 물질적 회화로 전환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안한다. 공생과 자연, 생명에 대한 사유가 응축된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시청각이 통합되는 독특한 감각적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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