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탐색하다"…이만나 '세계의 모퉁이'전

선화랑 12월 31일까지

길가, 2025, 92 x 130 cm, Oil on canvas, 30.3x194cm(120F) (선화랑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선화랑은 31일까지 이만나의 개인전 '세계의 모퉁이(The Corner of the World)'를 개최한다. 2022년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대표 연작인 '깊이 없는 풍경'과 신작 '벽 앞의 풍경', '모퉁이', '길가' 등이 포함된 회화와 드로잉 총 18여 점이 출품된다.

이만나는 일상에서 포착한 순간의 감각을 기반으로, 현실을 닮았지만 어딘가 낯설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회화적으로 구축해온 작가다. 그의 풍경은 익숙한 장면이면서도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며 실재 너머의 감각과 정서, 세계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드러낸다.

지난 2022년 전시에서 이만나는 개발로 사라져가는 도시의 풍경, 재건축 속도에 흡수되어 잊힌 역사와 기억을 상실과 체념의 감각으로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벽 앞의 풍경, 2025, Oil on canvas, 162x227.3cm(150P) (선화랑 제공)

작가는 이제 세계의 중심이 아닌, 무심코 지나친 모퉁이, 보이지 않는 가장자리 등 누구의 시선에도 닿지 않은 장소를 주목한다. 그곳은 잊힌 자리인 동시에 새로운 관찰이 시작되는 지점이며, 세계가 완결되는 끝이 아니라 여전히 열려 있는 '틈'이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로막힌 벽이나 좁은 골목, 깊이를 알 수 없는 밤의 풍경은 단순한 공간 묘사를 넘어 존재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회화 속의 '벽'이라는 상징은 현실과 비현실을 잇는다. 관객은 그 벽 앞에서 멈춤의 감각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 제대로 보지 못한 것들, 너무 익숙해져 감각을 잃어버린 것들을 사유하게 된다.

이만나는 관객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비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고, 익숙한 세계에 숨겨진 낯설고 신비로운 면모를 발견함으로써 자신만의 감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