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보이즈는 조선시대 배트맨?"…갓에 다섯마리 박쥐 새긴 이유
APEC 공예전 '미래유산' 개막…박창영부터 정다혜까지 36명 66점
하우스오브초이 '공생' 연계…공예전 '미래유산' 11월 30일까지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경주=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박쥐문양이 갓에 사용하는 이유는 부와 복을 상징하기 위함입니다. 박쥐는 한자 '복'(福)과 소리가 비슷해 예로부터 행복과 길상의 상징이었습니다.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 박창영이 제작한 박쥐 문양 갓은 오복(五福)을 상징합니다"
임미선 예술감독은 28일 경주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공예전 '미래유산'에서 "유산보유자가 제작한 갓은 1500만원 내외지만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감독은 "케데몬으로 유명해졌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신분, 예의, 품격의 표현이었다"며 "박창영 장인은 총 51개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다 수행하며 한국 전통문화의 정신적 측면을 복원하고 재현했다"고도 설명했다.
갓을 만드는 '갓일'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말총이나 대나무를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만들어 정교하게 엮어 갓의 가운데 올라간 부분인 '총모자'를 만드는 일과 차양 부분인 '양태'를 만드는 일, 그리고 이 두 부분을 조립하고 마감하는 '입자' 등이다.
박창영 장인은 이번 전시에서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철종어진'에 나온 '전립'을 재현한 작품과 양태에 복을 상징하는 박쥐 문양을 붙이고 모자 중앙에 선비의 청백리를 상징하는 옥으로 장식한 갓을 선보였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에는 박창영 유산보유자를 비롯해 한국 공예품을 대표하는 김익영, 정다혜 등 36명이 참여해 66점을 전시했다.
전시 공간은 백색도를 높인 담선지를 활용해 화이트큐브를 만들어 크게 3개 공간으로 나눴다.
첫 공간은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품격을 다룬다. 한국 현대 도자 1세대로 평가받는 김익영, 한국 현대 옻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정해조, 섬유예술가 장연순, '아트 퍼니처' 영역을 개척한 최병훈과 박종선, 유리조형가 김준용 등 대표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수월성의 가치를 보여준다.
2부는 전승과 협업을 조명한다.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 박창영과 5대 전승자 박형박이 전통 기술과 오늘의 문화콘텐츠를 잇는 사례를 '갓'으로 선보였다.
유기장 가문 이봉주·이형근·이지호는 3대에 걸친 방짜유기 전승을 작품으로 증명한다. 창작 기획자 정구호는 금속 장인과 협업한 '반닫이' 시리즈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탐구하고, 2022년 로에베 공예상 수상 작가 정다혜는 말총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을 내놓는다.
3부는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다. 강금성은 조각보를 현대 생활로 확장하고, 박선민은 폐유리병을 새활용한 오브제로 자원 순환의 미학을 제시한다. 조성호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장신구로 환경과 예술의 공존을 탐색한다. 공예가 사회와 자연을 잇는 예술로 나아가는 길을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다.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같은 기간 경주 지역문화공간 하우스오브초이에서 '공생'을 진행한다. 윤광조·이헌정·유의정 등 현대 도예가들이 전통 공간 '요석궁'에 도예 대표작을 설치해 지역과 세대의 연결을 시도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전시가 한국공예의 아름다움과 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진 전통의 정신이 미래 유산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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