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감정 노하우 집약 첫 서예전"…이동천 '천상운집'전 개최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전번필법으로 붓의 '파고듦'과 '회전'을 구현하면 글씨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미술품 감정가로 30년간 활동하며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 위작 의혹 등을 제기해 온 이정 이동천 작가가 마침내 창작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첫 개인 서예전 '천상운집(天上雲集)'을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개최한다.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동천 작가는 "50년 서예 인생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으로, 너무 늦었지만 제대로 하고 있다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나의 서체 변화의 핵심은 위작과 진품을 감별하며 쌓은 '진짜를 보는 눈'에서 비롯된 '전번필법(轉飜筆法)'에 대한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시 제목인 '천상운집'은 '좋은 기운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동천이 50년에 걸친 필법 연구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창조한 서체의 작품 52점이 공개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서예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흔히 궁궐 여성들이 썼다고 하여 가볍게 여겨지던 한글 궁체가 사실은 왕희지(王羲之)로부터 이어진 대가들의 '전번필법'이 그대로 적용된 것임을 밝혀냈다. 단순히 글꼴이 아닌, 붓의 회전과 면의 변화를 통한 깊이 있는 필법이 궁체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는 숭례문 현판의 글씨를 예로 들며, 기존 서예 교육 방식이 붓을 눌러서 그대로 내리는 방식에 머물러 대가들이 실제로 구사했던 붓의 '파고듦'과 '회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심도 있는 필법 이해가 자신의 독자적인 서체를 완성하게 했으며, 이는 서예는 대칭이 핵심이라는 중국 서예가 채옹의 이론, 즉 자연의 질서인 음(陰)과 양(陽)의 형태와 기세를 글씨에 담아내는 것으로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된 52점의 작품들은 "마치 단체전처럼 보일 정도로 서체가 모두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기분 상태와 몰입 상태에 따라 붓의 놀림이 바뀌기 때문"이라며 "모든 획을 구사할 때 영혼까지 갈아 넣어 완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나오더라도 그것은 모든 필법을 섭렵한 후에 나온 것이지,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걸렸을 때 "공간이 살아나고 생기를 주어야 한다"는 은사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아울러 전시 제목처럼 52점의 작품 하나하나가 상서로운 기운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초서로 이름을 날렸을 정도로 서예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오랫동안 개인전을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모든 서체를 연구하고 섭렵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환갑의 나이에 이르러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선보여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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