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적 흐름에서 남겨지고 발견되는 것들"…차연서·허지은 2인전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가 22일부터 12월 13일까지 전시 '센트 인 스펀 파운드'(sent in spun found)를 개최한다. 서울의 차연서와 뉴욕 기반 한국계 미국인 허지은(Gi (Ginny) Huo)의 2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계 디아스포라 작가로 지원 대상을 확장하고 예술적 연결을 통한 동시대 담론 생산을 시도한다. 두산아트센터 장혜정 큐레이터와 뉴욕 큐레이터 루미 탄이 공동 기획했다.

'센트 인 스펀 파운드'는 보내지거나 보내는 연쇄적 흐름에서 남겨지고 발견되는 것에 주목한다. 두 작가는 각자의 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가족, 종교, 사회 현상과 정동을 독자적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이들의 서사는 직접 교차하지 않으나, '특정한 믿음' 기반의 '경계 횡단' 혹은 이를 향한 고리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허지은은 더 나은 삶과 종교적 소명을 위해 태평양을 횡단한 가족사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차연서는 아버지에게 남겨진 재료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의 비통함을 위로하고 보살핀다. 두 작가는 유산을 곱씹고 공유하며 주변화된 이야기와 존재를 회복시키려 한다.

허지은의 '라이에로 가는 길'(2025)은 전시 입구이자 출구로, 몰몬교를 바탕으로 한 고립/격리, 보호, 인슐린 개념을 엮어낸다. 몰몬교가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했던 하와이 라이에 역사를 되짚으며, 종교적 믿음이 타 사상 배제와 격리, 고립 속 권력 구축을 수반했음을 시사한다. 대량 생산을 은유하는 고무밴드 설치와 뒤엉킨 전선 작업 등을 통해 토지, 노동, 점유 문제를 산업적 소재로 시각화한다.

차연서의 닥종이 작업은 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닥종이 무더기를 처리하는 방도로 시작됐다. 짙은 색 닥종이를 오려 유기된 몸을 그리는 연작 '축제'(2023~)는 천도재와 닮아 있다. 작가가 경험한 죽음과 상실, 소외된 존재들을 기린다. 아버지의 종이는 오려지고 직조되어 순환하는 다채로운 색의 뱀으로 변모한다. 이는 부서진 존재들이 다시 태어나고 두려움과 마주하는 장소가 된다.

전시는 시각 정보의 상실을 드러내는 저녁 6시의 조명 변화를 통해 관객이 지각 방식을 재조정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이미지와 물질의 윤곽만 드러나는 빛 속에서 전시장의 모든 존재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동하며, 보내지고 남겨진 것들, 건너가고 다시 모이는 일, 그리고 그들을 새롭게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향하는 곳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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