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m 대형 채색화에 서울 산수를 담다

조풍류 작가 '풍류, 서울을 보다'展, '서울전경도' 선보여…21일까지
가로 5.6m 대작 '종묘-영녕전'(2024)도 최초 공개

조풍류 작가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독보적인 채색 산수화의 세계를 탐구해 온 조풍류 작가의 개인전 '풍류, 서울을 보다'가 21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인왕산을 처음 화폭에 담은 것을 시작으로 푸른색을 주조로 한 서울 산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한 이후 현재까지 10여 년 동안 펼쳐온 여정이 총체적으로 응결된 회심의 역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가로 길이만 무려 5~6m에 이르는 서울 전경과 종묘 작업은 한국 현대 미술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대형 스케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그는 왜 무엇을 계기로 대형 채색 산수화 작업에 몰두해 온 것일까.

전시장에서 만난 조 화백은 작품 설명과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개척한 대형 채색 산수화 작업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풍류 작가 '풍류, 서울을 보다' 전시 전경. '종묘'(2020). ⓒ 뉴스1 김정한 기자

그는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산수풍경을 그리던 중 어느 날 서울의 풍경을 보고 이렇게 멋있는 풍경을 놔두고 왜 멀리 돌아다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겸재 정선이 당시의 서울 풍경을 진경산수화로 그렸던 것처럼, 오늘날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려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화백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건물인 종묘를 제대로 그린 사람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한국의 미의식이 대집성된 건축물이자 미술품인 종묘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단련과 실험, 시행착오를 통해 캔버스가 터지지 않고 종이의 물성을 살리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아교에 식품 보존제로 많이 쓰는 명반을 섞고, 돌을 가공해 만든 안료인 석채를 바른 독특한 채색화 기법을 체계화했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종묘'(2020)을 비롯해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선보인 '종묘 정전'(2023),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가로 560㎝의 대작 '종묘-영녕전'(2024) 등이다.

조풍류 작가 '풍류, 서울을 보다' 전시 전경. 서울 전경도(2023). ⓒ 뉴스1 김정한 기자

전시장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역작은 조 화백이 2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파노라마 대작 '서울전경도'다.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을 가로 6m 50㎝에 이르는 거대한 화폭에 담았다. 서양화의 원근법을 따르지 않고, 동양화 특유의 조망법으로 그려내 평면적이면서도 원근감과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조 화백은 "서울 사람들은 스스로 생겨난 자연과 인간이 만들고 건설한 문명이라는 두 무대에서 살고 있다"며 "궁궐과 종묘 그리고 서울의 산수풍경을 그리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과 수 세기의 역사 속에 인간의 소중한 가치가 배어 있는 문명,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과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 맞춰 조풍류의 삶과 예술 조명한 책 '풍류, 그림'도 출간됐다. 현직 미술 기자가 작가와의 속 깊은 대화를 근간으로 오늘날 조풍류 작가가 있게 한 예술적 뿌리를 추적한 내용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