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사랑한 원주민 작가"…'자이더 에스벨' 국내 첫 개인전
글래드스톤 서울 5월 17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 '글래드스톤 서울'은 자이더 에스벨(1979-2021)의 국내 첫 개인전을 5월 17일까지 선보인다. 브라질 출신의 원주민 현대미술가이자 큐레이터 및 활동가로 활약했던 작가의 예술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에스벨의 후기 회화와 드로잉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짙은 검은색 배경과 그에 대비되는 강렬한 문양을 특징으로 하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 언어를 읽어보는 시간이다.
에스벨의 작품에는 식물성 염료, 신화적 묘사, 새, 나무, 선인장 등 환경적 요소의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이는 작가가 지향한 생태운동과 그가 속한 마쿠시족의 우주론을 기반으로 형성된 자연과의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쿠시족의 우주론은 모든 생물체와 자연의 형상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고 신화적 존재와 영혼들이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상생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작가는 이러한 세계관을 작품에 투영해 자연 파괴적인 현대 문명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고 자연을 신성시하고 지키려는 원주민의 인식을 대변한다.
에스벨은 생전에 원주민 권리와 영토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서양 미술사의 전통을 초월하는 다양한 탈식민주의적 관점을 부각하는 공간 확보를 위해 힘썼다. 또한, 예술과 행동의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아티비즘'(artivism) 사회운동을 통해 아프리카계 브라질 원주민 공동체, 원주민, 그리고 역사적으로 소외되어온 이들의 작품 활동에 힘을 보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마쿠시족의 우주론적 관점에서 자연 속 생물과 무생물 간의 관계를 조명한 회화와 드로잉을 선보인다. 그는 마쿠시족 세계관에서 자연을 창조한 신으로 일컬어지는 마쿠나이마(Makunaimî)를 비롯한 다양한 신화적 존재와 영혼을 묘사하며 원주민의 세계관과 미학을 드러낸다.
작가의 다양한 작업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뱀, 새, 우주적 요소들은 문화적 상징을 넘어 정치적 은유를 나타낸다. 아마존 지역에 팽배한 제국주의적 착취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에스벨은 2016년 브라질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PIPA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0년에는 브라질 국립예술재단(Funarte)에서 수여하는 문학창작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퐁피두 센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틴 아메리카 미술관, 에스타도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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