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입구 '웰컴' 천막, 미술관서 보니 색다르네 "ㅎㅎㅎ"

OCI미술관, 5월20일까지 기획전…강홍구·김나훔·박용식이건용·정유미·정철규 기획전

정철규_두 번의 멈춤(Two Stops)_tent fabric sheet_653×382.5×335.5㎝_2023 (OCI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미술관에 들어서면 파랑·연초록으로 나뉜 천막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 천막 한가운데 적힌 '웰컴'(WELCOME),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의미인 줄 알았다. 작가의 의도를 살펴보니 '모텔' 입구를 작품화한 것이다.

'앞유리를 긁으며 부대끼는 천막 자락을 헤치고 들어선 주차장. 비로소 제 발 저리듯 밀려오는 쓸데없는 안도감. 나갈 땐 다른 커플과 눈길 말고 마음만 주고받는 게 불문율'

OCI미술관이 오는 5월20일까지 기획전 'ㅎㅎㅎ'를 개최한다.

전시는 강홍구, 김나훔, 박용식, 이건용, 정유미, 정철규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시명처럼 어렵지 않고 톡톡 튀는 인상이다.

강홍구_Super Mario_digital print, acrylic_90×100㎝_2016 (OCI미술관 제공)

'ㅋㅋㅋ'와 'ㅎㅎㅎ'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ㅋㅋㅋ'가 웃음 그 자체라면 'ㅎㅎㅎ'는 웃기지만 그렇게 웃기지 않은, 때로는 멋쩍은, 당혹스럽지만 표현하기 싫은, 무언가를 암시하며 꼬집고 싶은 등의 여러 상황에서 'ㅋㅋㅋ' 대신 쓰인다.

그 5% 다른 지점을 전시에서 풀어냈다. 회화와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방식도 다양하다. 생각지도 못한 맥락과 각도로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작품에 관람객은 '헐!', '피식~', '이거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전시장 한가운데 까만 모래판이 뜬금없다. 둥근 판에 가득 담긴 고운 검은 모래, 이건용 작가가 슥슥 그어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끝인가요?" "네"

타인의 행복하기만 삶 덕에 내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인스타 구멍'을 통한 이른바 행복배틀, 김나훔은 '너보다 행복하게, 처지면 진다'는 의미를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선보인다.

김나훔_인스타(Insta)_iPad drawing_30×30㎝_2017 (OCI미술관 제공)

흰 벽을 누비는 붉은색 가스 배관을 슈퍼마리오가 종횡무진 누빈다. 어느 다세대 주택에 붙어있을 것 같은 칙칙한 가스 배관에 슈퍼마리오가 등장하자 게임 패드를 잡고, 다치지 않게 무사히 게임을 마무리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강홍구는 '그ㅎㅎㅎ냥' 그렸다고 한다. 그냥 찍고, 그리고 싶을 때까지 노려보고, 그릴 만해서 그렸는데 무슨 양념이 더 필요할까.

박용식은 목이 잘린 개의 머리를 내놨다. 얼굴은 귀여운데 잘린 목의 단면은 섬뜩하다. 제목은 '블링-불링'(Bling-Byllying). 사랑스러워서 괴롭힌다는 느낌이다.

소꿉놀이에 몰입한 커플, 종이꽃으로 단장한 여자에게 남자는 눈길 한 줌 주지 않는다. 정유미의 진지한 소꿉놀이는 이입할수록 웃음기가 사라지고 갈수록 우리네 이야기 같다.

초성체 표현은 전상국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 '동행'(1963)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실린 이 작품 마지막에 '그러면서 그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ㅎㅎㅎㅎㅎㅎㅎ...'라고 적혀 있다. 이후 30여년간 자취를 감췄던 초성체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에서 부활한 후 일상이 됐다.

미술관은 풍선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푸근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라고 말한다. 배경지식도 집중력도 필요 없다고 한다. 복잡한 설계와 치밀한 구성보다 직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설명과 이해 대신 따뜻한 봄날 작업의 새 단면을 즉석 복권처럼 가볍게 발견하면 충분하다.

박용식_Bling Bullying Series_urethane, acrylic on F.R.P_2013-2022 (OCI미술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