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한량무가 새로워졌다"…국립무용단, '홀춤과 겹춤'

국립무용단 무용수 7인이 풀어낸 전통춤의 확장
12월2~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무용단 단원 박기환(왼쪽), 박지은이 15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홀춤Ⅲ: 홀춤과 겹춤' 공연에 오르는 '월하정인'을 시연하는 모습. (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신윤복의 그림 속 김명원이 남긴 한시 중 한 구절이 구음으로 풀어지자 멀찍이 떨어진 남녀 무용수가 선 고운 움직임을 선보인다.

양금과 철현금을 조합한 신비로운 선율 아래 옥빛 쓰개치마를 둘러쓴 여성 무용수 주변을 서성이는 남성 무용수의 눈빛엔 사랑이 가득하다. '사랑가'와 '태평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 소속 무용수인 박기환과 박지은이 공동 안무한 '월하정인'이다. 신윤복의 동명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기존의 사랑가에서 느껴지던 풋풋함 대신 원숙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홀춤Ⅲ: 홀춤과 겹춤'이 12월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무용단원 7명이 살풀이춤·바라춤·검무·진쇠춤·태평무·한량무 등 기존 전통춤의 움직임과 구성을 재해석한 6개 작품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2020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홀춤' 시리즈는 올해 '독무'(홀춤)와 더불어 '2인무'(겹춤)까지 확장된 무대를 선보인다.

국립무용단 수석 단원 정관영(오른쪽)과 엄은진이 '홀춤Ⅲ: 홀춤과 겹춤' 공연에 오르는 '너설풀이'를 시연하는 모습. (국립극장 제공)

"옛날엔 전통춤을 바꾸거나 재해석하면 안 된다는 철칙 같은 게 있었는데, 언제까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냉동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15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말이다. 예로부터 내려온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꽃 피우겠다는 의도다. 일종의 '새로운 전통 쓰기'다.

그렇게 지난 6월 무용단원을 대상으로 작품 공모를 실시했고, 선정된 3편의 겹춤이 이번 무대에 오른다. '월하정인'을 비롯해 '너설풀이', '산수놀음' 등이다.

'월하정인'을 안무한 박기환은 "손 하나, 발 하나를 흔들 때도 과연 이것이 정답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애간장이 타듯 조심스러운 시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선생님들의 춤이 시대를 거쳐 전통이 됐듯, 우리의 춤도 후배들에겐 전통이 될 수 있다는 조언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무용단 수석 단원 정관영이 안무하고 엄은진이 함께 추는 '너설풀이'는 꽹과리채에 달린 긴 천을 뜻하는 '너설'의 움직임이 모티프가 된 춤이다. 경기·충청지역 농악에서 쓰이는 짝쇠(휘모리 장단으로 두 사람이 연주를 주고받는 형태) 기법에서 착안해 두 명의 무용수는 부드러웠다가도 강인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정관영은 겹춤의 매력에 대해 "독무는 혼자만의 생각을 갖고 관객과 소통하면 되지만 2인무는 무용수 간 틀림을 서로 맞춰가는 게 필요하다"며 "다른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단원 황태인(오른쪽)과 이도윤이 '홀춤Ⅲ: 홀춤과 겹춤' 공연에 오르는 '산수놀음'을 시연하는 모습. (국립극장 제공)

'MZ세대' 두 남자 무용수가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모습을 풀어낸 '산수놀음'은 남성 독무인 한량무를 2인무로 재창작한 것이다. 도포 자락을 신나게 휘날리고, 꽃 모양의 부채를 이용해 흘러나오는 태평소 가락을 연주하는 듯한 능청스러운 춤사위 속엔 흥이 넘친다.

이 작품 안무를 한 황태인은 국립극장을 둘러싼 남산에서 느낀 생명의 기운과 흐름을 작품에 녹여냈다고 했다. 그는 "한량무의 격식은 가져가되 최대한 솔직하게 놀아보자는 느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며 "실제 공연에서는 꽃 모양의 부채와 연분홍색, 민트색 등의 의상 등을 통해 젊음을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3편의 신작 외에도 살풀이에 소고를 결합한 '다시살춤'(정소연 안무), 바라춤을 재해석한 '바라거리'(김은이 안무), 검무를 2인무로 새롭게 풀어낸 '단심_둘'(김회정 안무) 등 지난해 초연한 3개 작품도 재정비를 거쳐 다시 선보인다.

손 예술감독은 "전통춤을 추더라도 원작자의 의식과 흐름, 움직임을 복제하기란 힘들다"며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