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괴짜' 팀 버튼의 세계로 눈과 귀 홀린 150분…뮤지컬 '비틀쥬스'
두 차례 개막 연기 끝 6일 막 올라
이승·저승 오가는 무대 위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영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팀 버튼 감독은 동화 같으면서도 기괴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온 괴짜 감독이다.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판타지 세계를 좋아한다면 뮤지컬 '비틀쥬스'를 놓칠 수는 없어 보인다.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뮤지컬 '비틀쥬스'가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년 작)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자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를 흔든 최신작이다. 코로나19에도 한국에서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이게 되면서 진작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기술적 문제로 두 차례나 개막이 연기되고 개막일에도 현장 발권 기계 고장으로 15분가량 늦게 시작됐지만 예고한 대로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로 150분을 꽉 채웠다.
폭탄 맞은 것 같은 머리에 얼룩말 무늬 슈트를 입은 주인공 비틀쥬스(정성화·유준상)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끼어 98억년을 산 유령으로, 발산하는 에너지가 그야말로 '저세상 텐션'이다. 무대 아래에서 튀어 오르는 등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짠'하고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하고, 말장난으로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한다. 제작발표회에서 정성화가 "내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이라고 말하고 유준상이 "이걸 왜 하겠다고 했지?"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 이유가 이해가 간다.
비틀쥬스가 타이틀롤이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존재감도 크게 뒤지지 않는나. 집을 사수하려는 초보 유령부부 바바라(김지우·유리아)와 아담(이율·이창용), 유령이 출몰하는 집을 리모델링해 큰돈을 벌어보려는 집주인 찰스(김용수)와 그의 약혼녀 델리아(신영숙·전수미), 유령이 보이는 찰스의 딸 리디아(홍나현 ·장민제) 등 어느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어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긴장을 내려놓기 마땅한 장면도 없다.
무대는 저택의 거실과 창고, 지붕,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시시각각 변하는데 특히 오묘한 색감의 조명에 따라 같은 집인데도 분위기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눈을 즐겁게 한다.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거대한 뱀 모양의 퍼펫과 쪼그라든 머리의 유령 등 독특한 생김새의 유령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 비틀쥬스가 부리는 소소한 트릭까지 마치 영상을 보는 듯, 팀 버튼 특유의 미장센을 구현한다.
개막 전 가장 큰 우려로 꼽혔던 것은 미국식 블랙 코미디인 '비틀쥬스'의 유머를 어떻게 한국식으로 살리느냐였다. 제작진은 개막 직전까지 단어를 놓고 고민하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한다. 초보 유령이 비틀쥬스를 '선배'라고 부르고, KF94 마스크가 등장하는 등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비틀쥬스가 극에서 빠져나와 관객에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이 중에서 객석에 웃음을 유발한 건 몇 개였을까.
이야기는 원작에 비해 리디아의 비중을 키웠다. 엄마를 잃은 리디아가 슬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여정에 초점을 맞춰 가족애와 사랑, 외로움을 다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엄마를 찾으러 저승에 간 리디아가 아버지와 화해하고 다른 성격의 사람이 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애초 팀 버튼 감독이 만들어 온 독특한 캐릭터들은 자신과 다르게 생긴 것을 차별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데 대한 풍자를 담당했는데 그의 세계관은 없고 캐릭터만 남은 듯하다. 물론 이야기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도 눈과 귀가 충분히 호강한다. 공연은 8월7일까지.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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