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상은 못탔지만…영화 '기생충' 빛낸 미술의 힘
사실적인 미술에 스토리 더욱 압도적으로 변해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던 영화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및 각본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완성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를 압도할 만큼 사실적이고 놀라운 배경과 공간의 힘도 무시할 수 없는 영화였다. 비록 수상하진 못했지만 아카데미상 미술상 후보에도 올랐기 때문이다.
영화 속 기택(송강호 분)와 기우(최우식 분), 기정(박소담 분), 충숙(장혜진 분)이 살고 있는 반지하집은 좁디좁고, 곰팡이가 가득한 벽지에 깨끗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난함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반면 '박사장' 동익(이선균 분), 연교(조여정 분), 문광(이정은 분)이 사는 집은 넓은 대지 위에 세워진 2층집으로, 모든 게 다 고급스럽고, 거대하며, 비싸 보이는 그 자체로 빛이 난다.
"'기생충'이라는 영화의 핵심은 부잣집하고 그에 반대되는 반지하집의 대비"라고 말한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은 이를 실제처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동네를 위주로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얻었고, 50m 정도의 세트장에 기택의 반지하집부터 20여동 40가구의 집을 만들었다. 집안에는 낡고 오래된 가구와 곰팡이가 슨 벽지, 때가 낀 벽, 오래된 옷가지 등이 들어가면서 누가 봐도 형편이 어려운 동네이자 집으로 제작됐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진짜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도 소품팀이 만들어서, 실제 촬영할 때 파리랑 모기 같은 것들이 윙윙거리고, 가스레인지 주변 기름때, 벽지에 묵는 냄새, 오래된 옷가지, 가구들이 들어오면서 지하 특유 곰팡이 냄새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일부러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동익의 집을 만드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미술감독과 제작진은 기택의 집과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집을 완성시켰다. 이들은 대지만 550평, 건물 평수만 200평 가까이 되는 세트를 만들었다.
한눈에 봐도 부잣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절제된 컬러감, 반듯한 형태, 고급 가구와 함께 미술작품까지 설치됐다. 지난해 열린 칸 영화제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이 "어떻게 이런 완벽한 집을 골랐냐"고 물을 만큼 사실적인 세트였다.
이뿐 만이 아니다. '기생충'의 포인트로 다송이(정현준)의 '침팬지를 형상화한 인간의 얼굴'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기정은 이 그림을 보면서 다송이의 어머니인 연교에게 "다송이 1학년 때 무슨 일 있었나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키조프레니아(조현병) 존'을 언급하는 모습은 기정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그런데 이 그림은 '기생충'의 스토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이다. 스키조프레니아존에는 지하실에 살고 있는 문광의 남편인 근세(박명훈)의 모습이 그려졌고, 다송이가 좋아하고 자주 들어가는 텐트의 모습도 그림 속에 담겼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하는 사람의 본능도 그림에 반영됐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정체를 아는 것도 영화를 볼 때 흥미로운 요소이다. 지비지라는 예명을 쓰는 작가로, 과거 광고에서 '북치기 박치기'를 하던 래퍼 후니훈(본명 정재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생충'에는 봉준호 감독과 열열한 배우 이외에도 영화의 분위기와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제작진들의 땀이 젖어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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