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한국어 금지에도 日영화 왜 '도라지 타령' 부를까"
[신간] 식민지 조선의 시네마 군상…국책영화 '망루의 결사대' 분석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일본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0년대 조선총독부 국책영화를 집중 연구한 책이 번역·출간됐다.
시모카와 마사하루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에서 2015년 정년퇴직 이후 1940년대 한국과 대만의 영화를 연구하고 있다.
책은 일본 동보영화사가 제작한 국책영화 '망루의 결사대'(1943년작)의 내용을 분석하고 출연 배우의 삶도 추적한다.
영화 '망루의 결사대'는 국경수비대 소속 일본인 순사와 조선인 순사가 협력해 만주에서 들어오는 마적의 습격을 격퇴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영화에서 조선인이 한국어로 대화하고 잔칫집에서 민요 '도라지 타령'을 부르는 것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조선총독부가 1942년부터 한국어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1943년 당시 한반도에서 일본어 보급율이 22.15%에 불과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일본영화에서 한국어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망루의 결사대'에는 당시 한·일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타카다 미노루가 일본인 순사 역을, 독은기가 조선인 순사 무라이(창씨개명) 역을, 김신재가 무라이의 아내 역을 각각 맡았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국경 마을의 조선인 황창덕 역을 맡은 한국인 영화배우 주인규(1901~1956)의 삶을 비중 있게 다뤘다.
주인규는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서 여주인공을 겁탈하려는 오기호 역을 맡은 이후 악역 전문 배우로 명성을 얻는다.
그는 해방 이후 1948년 월북해 초대 국립영화촬영소장과 초대 영화인동맹위원장을 역임했으나 1956년 종파숙청 과정에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옥중에서 자살했다.
저자는 국적을 떠나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격동기를 살아간 영화인들과 이들의 작품을 따뜻한 시선으로 훑었다.
◇식민지 조선의 시네마 군상/ 시모카와 마사하루 지음/ 송태욱 옮김/ 뿌리와이파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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