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명반을 탄생시킨 성지 10곳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녹음이 이뤄진 소스를 듣는다는 것이다. 오디오파일 입장에서는 연주가나 작곡가, 곡명만큼이나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녹음이 이뤄진 장소다. 야외, 스튜디오, 재즈카페, 교회, 오케스트라홀 등 녹음 장소는 저마다 다른 공간감과 소위 말하는 '홀톤'을 곡에 새겨넣는다. 이 공간감과 홀톤을 알아채는 일 또한 오디오파일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물론 녹음이 잘 이뤄졌고 재생 시스템이 웬만큼 받쳐줬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역사적 명반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을 탄생시킨 성지 10곳을 찾아봤다.
킹스웨이홀
처음 떠오르는 곳은 '당연히' 영국 런던의 킹스웨이홀(Kingsway Hall)이다. 데카(Decca)의 역사적 클래식 음반을 수없이 탄생시킨 그야말로 성지 중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뿔싸, 1912년에 지어진 킹스웨이홀은 1998년 해체됐고 2000년 같은 이름의 새 호텔이 지어졌다. 어쨌든 킹스웨이홀에서는 페터 막, 런던심포니오케스트의 '멘델스존 스코틀랜드 교향곡'(데카. 1960년), 오토 클렘페러,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2번'(워너. 1961년) 등이 녹음됐다. 정경화의 1977년 '라벨, 생상스' 녹음도 이 곳에서 이뤄졌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
1931년에 지어진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도 빼놓을 수 없다. 비틀스 4명의 멤버가 이 스튜디오 앞 횡단보도를 걸어(1969년 앨범 '애비로드') 워낙 유명해졌지만, 그들의 1965년 '러버 소울(Rubber Soul)' 음반도 이 곳에서 녹음됐다. 딥 퍼플의 'In Rock'(1970년),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년), 듀란듀란의 1981년 데뷔앨범, 라디오헤드의 'The Bends'(1995년)와 'OK Computer'(1997년),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2011년) 등 수많은 히트 앨범이 이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트라이던트 스튜디오
역시 런던에 있는 트라이던트 스튜디오(Trident Studios)도 명반의 산실이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가 당시 4트랙 녹음만 가능했던데 비해 이 곳은 8트랙 녹음이 가능해 비틀스가 1968년 7월31일 싱글 '헤이 주드(Hey Jude)'를 녹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룹 퀸의 1973년 데뷔앨범도 이 곳에서 녹음됐다. 이밖에 제임스 테일러의 1968년 데뷔앨범, 엘튼 존의 1973년 싱글 'Candle in the Wind'를 비롯해 롤링 스톤즈의 'Let it Bleed'(1969년), 데이빗 보위의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1972년) 등도 이 곳에서 녹음됐다.
보스턴 심포니 홀
1890년 지어진 미국 보스턴 심포니 홀(Boston Symphony Hall)은 앞서 1870년 문을 연 오스트리아 빈의 뮤지크페라인과 함께 클래식 음악 녹음환경이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다. 무엇보다 샤를 뮌쉬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합작한 명반이 수없이 탄생했다. '라벨 볼레로'(1955년),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1959년),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1959년),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1960년) 등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 필자의 애청반인 안드리스 넬슨스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2016년. DG)도 이 곳에서 녹음됐다.
뮤지크페라인
오스트리아 빈 중심가에 있는 뮤지크페라인(Musikverein)은 빈필이 매년 신년음악회를 여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5월 직접 가서 소위 황금홀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들었는데, 포근하면서도 싱싱한 오케스트라 음향이 말도 안되게 좋았다. 녹음은 역시 빈필 음반이 많다. 국내 오디오파일들의 필청 음반들인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5번'(1974년), 안네-소피 무터의 '카르멘 판타지'(1992년)가 이 곳에서 녹음됐다. 신년음악회 녹음 중에서는 1979년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지휘한 실황(데카 녹음)이 가장 유명하다.
베를린 필하모닉 홀
보스턴필과 빈필이 있으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안나올 수 없다. 그리고 베를린필의 주 녹음무대가 1963년 10월15일 개관한 베를린 필하모닉 홀(Berlin Philharmonic Hall)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말러 9번'(1982년), 사이먼 래틀의 '말러 5번'(2002년),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말러 6번'(2004년), 사이먼 래틀의 '말러 2번'(2010년)이 모두 이 곳에서 녹음됐다. 물론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녹음도 이 곳에서 이뤄졌다. 재즈 트럼페터이자 작곡가 마일즈 데이비스의 명반 'Miles In Berlin'(1981년)이 녹음된 곳도 베를릭 필하모닉 홀이다.
베를린 예수그리스도교회
독일 베를린에는 명소가 수없이 많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1930년대에 지어진 예수그리스도교회(Jesus-Christus-Kirche)다. 지난해 5월 그냥 바깥에서 넋놓고 바라보기만 했는데, 바로 이 곳에서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아바도 등 명 지휘자들과 리히터, 로스토포비치, 크레머 등 유명 솔로이스트들이 주옥같은 명반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라파엘 쿠벨리크와 베를린필이 1972년 6월 녹음한 '드브로작 신세계 교향곡'과, 길 샤함(바이올린)과 외란 쇨셔(기타)가 1992년 11월 녹음한 '파가니니 바이올린 기타 소나타'가 가장 기억에 넘는다.
카네기홀
듣기만 해도 흥겨워지는 대표 라이브 앨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해리 벨라폰테가 1959년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녹음한 'Belafonte At Carnegie Hall'이다. 특히 11분27초 동안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마틸다(Matilda)'가 필청 곡. 그야말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1891년 세워진 카네기홀에서는 엔리코 카루소(1904년), 베니 굿맨(1938년),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1947년), 에디트 피아프(1957년), 주디 갈란드(1961년), 블라드미르 호로비츠(1962년), 레온틴 프라이스(1965년) 등 장르 불문 유명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버드랜드
1949~1965년 문을 열었던 오리지널 버드랜드(Birdland)도 기억할 만하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재즈클럽이었던 이 곳에서 수많은 재즈 명반이 녹음됐기 때문. 아트 블레키 퀸텟의 'A Night At Birdland'(1954년, 블루노트)를 비롯해, 찰리 파커(1950년), 마일즈 데이비스(1951년), 스탄 게츠(1952년), 버드 파웰(1953년), 빌 에반스(1960년), 카운트 베이시(1961년), 존 콜트레인(1963년) 등이 이 곳에서 공연을 갖고 녹음까지 남겼다. 버드랜드의 '버드'는 찰리 파커의 애칭에서 따왔다.
콘서트헤보우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콘서트헤보우(Concertgebouw)도 클래식 애호가들이 믿고 듣는 녹음 성지다. 콘서트헤보우는 '콘서트 건물'이라는 뜻. 콜린 데이비스, 로얄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1974년. 필립스)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과 4번'(1984년. 데카),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러 1번'(1987년), 리카르도 샤이의 '쇼스타코비치 재즈 협주곡'(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1988년) 등이 이 곳에서 녹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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