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키르기스스탄 이주 여성, 텍사스서 돌아온 시누이 만나다

윤미현 극작가 신작 연극 '텍사스 고모' 26~11/25 백성희장민호극장서 초연

'텍사스 고모'역을 맡은 박혜진 배우ⓒ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주여성의 삶을 통해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연극 '텍사스 고모'가 오는 26일부터 11월25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초연한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과 안산문화재단(대표 백정희)이 공동 제작하는 '텍사스 고모'는 안산문화재단의 창작희곡공모인 '아삭(ASAC) 창작희곡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윤미현의 신작이다.

윤미현 극작가는 19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에 결혼이민을 떠난 고모를 재회하면서 착상하게 됐다"며 "고모의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유사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주한미군과 결혼해 36년 전 미국 텍사스로 떠났다가 최근에 몰래 귀국한 '텍사스 고모'가 주인공이다. 그는 환갑이 넘은 친오빠가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19살 여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이 이주 여성이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데칼코마니 같은 아픔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텍사스 고모'역을 맡은 박혜진 배우는 "무대는 현실과 독립된 공간이면서도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져서도 안 되는 곳"이라며 "해외로 이주하지 않더라도 1960~70년대에 잘 살기 위해 서울에 올라 온 '식모'들의 삶이 겹쳐졌다"고 말했다.

'텍사스 고모'역을 맡은 박혜진 배우(왼쪽)과 키르기스스탄서 온 19살 이주여성역 맡은 윤안나 배우ⓒ News1

'키르기스스탄 여인'역에는 독일 출신의 배우 윤안나(독일본명 Anna Rihlmann)가 맡았다. 윤 배우는 "독일에서 한국어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다가 5년 전에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국립극단의 '알리바이 연대기'를 보고서 배우로 꿈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실험적이면서 사회비판적 작품을 발표하는 극단 드림플레이테제21(대표 백운철)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배우의 꿈을 꾸게 한 국립극단 무대에서 비중이 있는 역할로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출을 맡은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는 "한국은 소외된 타자의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가해자로 변했다"며 "이런 무거운 내용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무대는 두 여성의 공감을 바탕으로 따뜻하게 풀어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혼인 귀화자 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4배 많다"며 "우리 사회는 지난 20여 년 간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된 국제결혼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극 '텍사스 고모'는 더 나은 환경을 꿈꾸며 다른 나라로 이주했으나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당한 이주여성의 삶과 그 다음 세대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아픔까지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서 온 19살 이주여성역 맡은 윤안나 배우ⓒ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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