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알쓸오잡 : 언밸런스 vs 밸런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개인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오디오를 하다보면 외계어 같은 용어 때문에 번번히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죄다 영어라서 그렇고, 개념 자체가 전기공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금속공학 기계공학 물리학을 망라하기 때문입니다. 음악 좀 제대로 들어보겠다고, 기계를 보고 만지고 설치하고 듣는 재미가 쏠쏠해서 시작한 오디오인데, 점점 산으로 갑니다.
오디오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언밸런스’(Unbalance)와 ‘밸런스’(Balance)입니다. ‘Unbalanced’, 불균형? 비평형? ‘Balanced’, 균형? 평형? 우리말 번역만 갖고는 좀체 무슨 뜻인지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이번 [김편의 오디오파일]에서는 이 언밸런스와 밸런스라는 개념를 제가 이해한 범위 안에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일종의 ’알쓸오잡’, ‘알아두면 쓸데있는 오디오 잡학사전’입니다.
우선 인터케이블을 통해 ‘언밸런스’와 ‘밸런스’의 개념부터 잡아봅시다. 플러그가 RCA 타입인 언밸런스 케이블은 1심 케이블, 플러그가 XLR 타입인 밸런스 케이블은 2심 케이블입니다. 즉 언밸런스 케이블은 신호선이 하나(+)만 들어가 있고, 밸런스 케이블은 신호선이 두 개(+, -)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플러스’(+, hot)라는 것은 한 회로에 ‘들어가는’ 전기이고, ‘마이너스’(-, cold)라는 것은 ‘나오는’ 전기를 뜻합니다. 전기는 들어가면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이 ‘마이너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리턴 와이어’(return wir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언밸런스 케이블은 어떻게 이 리턴 와이어 문제를 해결할까요. 바로 쉴드선이 그 역할을 겸합니다. RCA 케이블을 까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그물 모양의 전선이 바로 쉴드선입니다. 쉴드(shield)는 ‘쉴드를 치다’는 요즘 표현 그대로, 신호선을 외부 노이즈로부터 보호해주는 동시에 접지 역할까지 해줍니다. 그런데 RCA 언밸런스 케이블에서는 이 쉴드선이 리턴 와이어, 즉 마이너스 전기가 흐르는 역할까지 1인3역을 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음악신호인 마이너스 신호가 접지 역할까지 해야 하니 음질적으로 좋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비해 XLR 밸런스 케이블에서는 쉴드선은 쉴드와 접지 본연의 임무만 맡습니다.
결국 밸런스 전송이라는 것은 음악신호인 플러스 신호와 마이너스 신호를 따로따로 보내고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여기서 마이너스 신호가 역위상(inverting) 형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원래 위상(phase)을 가운데 0V를 기준으로 위아래가 대칭이 되도록 뒤집은 것입니다. 따라서 마이너스 신호는 정위상(non-inverting)인 플러스 신호와는 파형은 똑같고 위아래만 반대인 모양이 됩니다. 사실, ‘밸런스’라는 말은 두 플러스, 마이너스 신호가 앞단에 대해서건, 뒷단에 대해서건 모두 동일한 임피던스값(=저항값)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역위상 신호를 만드는 걸까요. 여기서 밸런스 전송과 밸런스 회로, 밸런스 앰프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바로 음악신호 전송과 증폭 과정에서 끼어드는 험이나 전자기장 노이즈를 이론상으로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원리는 이렇습니다. 1) 똑같은 노이즈가 정위상 신호와 역위상 신호 각각에 유입된다. 2) 전송이 끝나거나 증폭이 끝난 후 역위상 신호를 다시 뒤집어 정위상 신호와 합친다. 3) 똑같은 파형이 겹치므로 신호의 음압레벨은 높아지고 두 노이즈는 서로 상쇄돼(한쪽 노이즈가 ‘-’가 되므로) 사라진다.
수식으로 확인해봅시다. 정위상 신호를 A, 역위상 신호를 -A, 두 신호에 동시에 끼어드는 노이즈를 N으로 표기하면, 최종 출력되는 신호(output)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Output = (A + N) - (-A + N) = A + N + A - N = 2A
즉, 최종 출력 신호는 이론적으로 원 신호의 2배, 음압레벨로 표시하면 6dB만큼 늘어나고 노이즈는 완벽히 사라지게 됩니다. 이게 밸런스 전송과 회로, 앰프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멀리 떨어진 기기를 케이블로 연결해야 할 경우, 그래서 긴 케이블을 통한 노이즈 유입이 우려되는 경우 더욱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렇게 밸런스 전송과 회로에 끼어드는 노이즈는 두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에 모두 똑같이 적용된다는 의미에서 이 노이즈를 영어권에서는 ‘커먼 모드 노이즈/시그널’(Common Mode Noise or Signal)이라고 부르고, 이 커먼 모드 노이즈를 제거하는 능력을 ‘CMRR’(Common Mode Rejection Ratio)로 표기합니다. 밸런스 앰프에서 플러스 신호와 마이너스 신호를 각각 증폭하는 부품과 배선이 완벽히 좌우대칭인 것도 1) 똑같은 증폭값을 얻기 위해서, 2)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에 끼어드는 이 커먼 모드 노이즈값을 똑같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어떤 앰프가 CMRR값이 높다면 그만큼 완벽한 밸런스 설계를 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됩니다.
끝으로 그동안 제가 했던 오디오 리뷰 중에서 ‘밸런스’와 ‘CMRR’을 간략하게 설명한 대목을 몇개 뽑아봤습니다.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의 음압은 물론 임피던스까지 똑같이 맞춘 밸런스 입출력단도 ‘제프 롤랜드 사운드’를 만들어낸 주인공으로 보인다. 밸런스 회로는 ‘Balanced’라는 말 그대로, 하나의 신호를 서로가 완벽하게 위아래 대칭을 이루는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로 쪼갠 뒤, 이를 나중에 합침으로써 각 위상에 끼어든 그라운드 노이즈를 ‘제로’로 만드는 기술. 하지만 제프 롤랜드에서는 각 위상의 ‘음압’이나 ‘파형’ 뿐만 아니라 ‘임피던스’까지 똑같아지도록 밸런스 회로를 설계했다. 신호에 연결된 어떤 부품도 임피던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위상의 임피던스가 서로 뒤틀려서는 (설령 각 위상의 모양이나 크기가 똑같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밸런스 설계가 아니라는 게 제프 롤랜드의 설명이다.”(제프 롤랜드 인티앰프 ‘Daemon’ 리뷰 중에서)
“‘19610’ 모듈은 프리앰프로 들어오는 언밸런스 신호나 ‘가짜’ 밸런스 신호를 그 자리에서 ‘진짜’ 밸런스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까지 한다. 출력단의 경우 ‘19200’ HR모듈이 장착돼 ‘진짜’ 밸런스 출력을 뽑아낸다. 밸런스 회로 원리상, 앞단에서 완벽하게 위아래 대칭을 이루는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를 정확히 뽑아내줘야, 뒷단에서 노이즈가 ‘제로’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이렇게 입출력단 모듈이 각각 완벽히 밸런스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으니 FM어쿠스틱스가 자사 프리앰프를 ‘세계에서 유일한 밸런스 프리앰프’라 강조하는 것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니다.”(FM어쿠스틱스 프리앰프 ‘FM266mk2’ 리뷰 중에서)
“파워서플라이가 채널당 2개씩 투입된 것은 밸런스 입출력시 정위상(non-inverting) 신호와 역위상(inverting) 신호를 각각 담당하는 출력단에 별도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야말로 완벽한 풀 밸런스 회로인 것이다. 출력석 역시 정위상 증폭을 담당하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12개, 역위상 증폭을 담당하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12개, 총 24개의 출력석이 투입됐다.”(브리카스티 모노블럭 파워앰프 ‘M28’ 리뷰중에서)
“입출력단에 설치한 ‘HR 모듈’도 크게 개선했다. 입력단의 경우 ‘mk2’ 버전이 되면서 ‘19610’ 모듈을 장착했는데, 이를 통해 입력신호와 함께 유입되는 험이나 노이즈를 뜻하는 ‘커먼 모드 시그널’(Common Mode signals)을 대폭 줄였다고 한다. FM어쿠스틱스가 밝힌 이 ‘CMRR’(Common Mode Rejection Ratio) 수치는 무려 100dB. 신호에 섞여들어오는 노이즈가 10만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FM어쿠스틱스 재생 사운드의 큰 특징인 ‘해상력’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기술적 팩트다.”(FM어쿠스틱스 프리앰프 ‘FM266mk2’ 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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