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술꾼 가문, 그래도 인간적"…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술꾼 집안 식구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매회 공연마다 20여 병이 넘는 무알콜 맥주를 마시는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이 2014년 초연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한국 연극계에 뿌리를 내린 일본인 연출가 쯔카구치 토모가 이끄는 토모즈 팩토리가 초연했는데, 이번 공연에도 다시 토모즈 팩토리가 나선다.

22일 서울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열린 '사물의 안타까움성' 전막 시연회에선 출연배우가 마시던 맥주가 소극장 무대를 흠뻑 적셨다. 앞자리에 앉은 몇몇 관객은 몸에 튀긴 맥주를 닦아내기도 했다.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술꾼 가문에서 자라난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 출신 작가드미트리 베르휠스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비루한 삶 속에서도 서로의 희망이 되는 가족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원작소설은 2006년 발표 이후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09년 반 그루닝엔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한 바 있다.

막이 오르면 주인공 '디미트리'의 기억으로 이뤄진 총 4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베르휠스트 가문'의 아들들은 하나같이 못 말리는 술꾼이다. 노모의 집에 얹혀살며 매일 술만 마셔대는 아버지와 삼촌들이지만, 디미트리의 시선에는 유쾌한 어린 시절이자 따뜻한 가족으로 기억된다.

1막 '아름다운 아이'는 고모 '로지'가 13살짜리 딸 '실비'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다른 마을 남자와 결혼하면서 집을 떠났지만, 가정폭력을 못 견디고 되돌아온다. 실비는 지저분하고 술만 좋아하는 외삼촌들을 보며 질겁한다. 외삼촌들은 조카 실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술집에 데려간다. 이곳에서 실비는 말기 암 환자인 술꾼 '안드레'와 마주친다. 로지는 친오빠들에게 화를 내면서 실비의 친아버지가 안드레임을 밝힌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도 1막 '아름다운 아이'와 분위기는 비슷하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약간 멍청하지만, 인간미를 풍기는 베르휠스트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2막 '오직 외로운 이들만이'는 도박에 빠진 즈바런 삼촌이 사채를 끌어다 써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3막 '진짜 프랑스'는 포트럴 삼촌이 음주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동시에 혼수상태에 빠지는 내용이다. 마지막 4막 '민속학자들'은 성인이 된 드미트리가 늙어버린 삼촌들과 재회하는 얘기다.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에는 2014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배우들의 힘이 돋보인다. 극단 토모즈 팩토리의 '바냐 아저씨'에서 주인공 '바냐'역을 열연했던 배우 송철호를 비롯해 장율, 전운종, 윤정로, 김보경, 이서준, 임예슬 등이 출연한다.

일본인 연출가 쯔카구치 토모는 "내 고향 기시와다는 거친 동네로 유명한 곳이라서 이 작품의 등장인물처럼 술 취한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며 "뿐만 아니라 빚에 쫓겨 야반도주하는 선생, 오락실에서 게임 격파를 못 했다고 발광하는 야쿠자 등도 흔한 광경이었다"고 했다.

이어 "멀리서 보면 비참하고 처참할 것 같은 삶도 가까이 다가가면 기묘하게 따뜻하고 인간적"이라며 "일본이든 한국이든 혹은 작품 속 벨기에 시골 마을이든 똑같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6월23일부터 7월 10일까지. 아름다운극장. 문의 (070)4185-4524.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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