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따라 그냥'?…피카소는 추상화를 어떻게 그렸을까
피카소의 '황소'연작 등 서양미술 거장 20명 기획전 한가람미술관 개최
-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사물을 분해해 재해석하는 '입체파'(Cubism)의 거장이다. 그의 '황소' 연작은 석판화로 제작돼 기존의 사물을 분해하고 재해석해 나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피카소는 "추상은 항상 구체적인 실재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상이란 기분따라 그냥 그리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체가 있는 것에서 출발해 실재의 흔적을 지워나갈 수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남는 것은 바로 그 오브제가 표방하는 이념이며, 이런 이념은 아무리 지운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 표시를 남긴다고 했다.
피카소 자신의 말처럼 황소 연작은 처음에는 사실적으로 황소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터질듯한 황소의 근육을 살리기 위해 강조된 양감에서 시작된 연작은 점차 황소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부분만을 남기고 지워져 가며, 결국 머리의 특성, 그리고 전체적인 비례와 형태만이 남는다. 대부분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황소의 본질을 담고 있다.
단순하게 줄여가는 과정은 결과물과 달리 절대 단순하지 않다. 어설퍼 보이고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피카소의 그림이 얼마나 철저한 계산과 치열한 사고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이 연작을 통해 다소나마 확인할 수 있다.
입체파란 현대미술 '모더니즘' 사조 중의 하나로 기존의 사물을 분해하고 재해석해 나가는 작품 경향을 뜻한다. 유럽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급격한 산업화와 공산주의 운동으로 과거와 단절하고 '모더니즘'이란 이름으로 새 시대에 맞는 문화를 추구해 나갔다. 모더니즘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이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해 서양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장 20명의 작품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 모였다. 바로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재단의 컬렉션전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다. 전시는 거장들의 유화·석판화·입체조형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내년 3월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가격 1만3000원. 문의 (02)580-1300. 다음은 피카소가 '황소' 연작에서 황소를 추상화시키는 단계별 석판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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