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해변의 아인슈타인'…한국공연 끝으로 무대장치 폐기

연출자 로버트 윌슨 "작품이 기억으로만 남을 것…배관 파이프로 만든 의자만 남겨"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 4막3장 공연장면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현대 이미지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해변의 아인슈타인'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날 공연 후 '해변의 아인슈타인' 공연을 위한 무대장치가 폐기되는 것이다.

아사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 따르면 로버트 윌슨(74)이 연출한 이 작품은 1976년 초연 후 39년간 3차례 무대장치가 재제작되면서 79번 무대에 올랐다. 1980년 말 이후 공연하지 않다가 2012년 다시 한번 제작돼 유럽을 순회하며 관객과 만났으며, 이번 한국 공연을 마지막으로 무대장치를 폐기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윌슨은 "애초부터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영원히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며 "나의 작품들은 유성처럼 찰나의 사건들이며, 이 작품도 기억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무대 장치는 폐기되지만, '다시 태어나면 배관공으로 살고 싶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착안해 배관 파이프로 만든 의자만은 남길 예정이다. 윌슨은 "지난 39년간 이 작품의 무대는 조명 외에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초연 때 조명은 모두 백열등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할로겐, LED 등의 차가운 조명이 쓰이며 환경 보호를 위해 유럽의 극장에서는 백열등 자체가 금지돼 있다.

그는 한국서 처음 선보인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변화로 관객을 꼽았다. "1976년 초연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세대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사람들이 무엇을 인지하는 방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윌슨은 한국 공연예술의 장래를 밝게 내다봤다. 그는 "젊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많이 찾아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은 스크린을 통해서만 볼뿐 공연장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2일 시사회를 시작으로 25일까지 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호흡마저 계획에 따라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는 로버트 윌슨의 명성을 확인시켜줬다는 공연계의 평가를 받았다. 거장의 연출 아래 모든 출연진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움직였다.

특히 '야외와 우주' 이미지의 변형인 4막3장이 압권이었다. 출연진들이 3단 15칸으로 구획된 격자에서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숫자를 세는 장면은 왜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고전'인지 확인시켜 준 명장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미지극의 거장 '로버트 윌슨'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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