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문훈숙·김인희 뛰어넘을 발레소녀 '고영서·남민지'

국내3대 발레단장 모교인 모나코왕립발레학교 재학중 잠시 귀국

좌로부터 고영서양, 김인희 단장, 남민지양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오픈 마인드다. 발레에 대해 내 생각이나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고영서)

"한국에서는 뜻도 모르고 동작만 배웠는데 모나코에서는 뜻부터 설명한다"(남민지)

헐리우드 영화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레이스 캘리로 우리에게 알려진 왕국 '모나코', 지중해 연안의 낯선 나라에서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들이 있다. 2014년 10월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한 고영서·남민지(17)양이다. 이들이 열흘동안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스승이자 학교선배인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을 찾아왔다.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는 그레이스 켈리가 1975년 설립했다.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영국 왕립로얄발레학교와 함께 꿈의 학교이다. 국내 3대 발레단의 총책임자인 국립발레단 강수진 예술감독,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이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고영서·남민지양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8개월동안 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영서 양은 "오픈 마인드다. 한국에서도 열려 있으려고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다. 모나코에서는 발레에 대해 내 생각이나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민지 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 자체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발레 용어가 대부분 프랑스에서 나왔다. 한국에선 단어의 뜻을 모르고 동작만 배웠는데 모나코에선 단어의 뜻과 유래를 설명해줬다. 내용을 이해하고 동작을 배우니까 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영서·남민지양은 발레를 처음 시작할 때 익혔던 기본 동작부터 모나코에서 다시 배웠다. 민지양은 "발레리나는 테크닉보다는 감성이 풍부하고 기본이 탄탄해야 하는데, 모나코왕립발레학교는 감성과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 줘서 좋다"고 했다. 영서양은 요즘 좋은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서 근육을 키운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의 모든 수업은 발레에 맞춰졌다. 민지양은 "음악 수업에서 박자에 맞춰 무용 동작과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한국에서도 음악 수업을 들었지만 발레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립심도 커졌다. 한국에선 엄마에게 모든 걸 의지했는데 모나코에선 빨래부터 공부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하게 됐다.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 재학중인 고영서(좌), 남민지양 (사진제공 한국메세나협회)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는 전교생이 35명뿐이고 남자 반 2개, 여자 반 4개로 이뤄졌다. 교장 루카 마살라(Luca Masla)와 교사 7명이 클래식, 컨템퍼러리, 캐릭터댄스, 음악 등을 가르친다. 레벨 1~4까지 4년 과정이며 연간 학비는 6500유로(약 1000만원)다. 각국에서 선발된 재학생은 이탈리아 학생이 제일 많고 한국인은 영서·민지양 2명 뿐이다.

영서양은 8살 때 몸이 마르고 약해 건강을 위해 취미로 발레를 하게 됐고, 민지양은 6살 때 다리 교정을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국내 콩쿠르에서 알게 됐고 선화예술중학교를 함께 다녔다.

영서·민지양은 우연한 기회로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들은 2014년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와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포르쉐 공식 딜러사)의 발레 영재 육성 프로그램 '드라이브 유어 드림'에 참가했다. 이 행사의 자문을 맡은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52)이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교사 올리비에 루체아를 '인텐시브 써머 발레 스쿨'(써머 스쿨) 강사로 초청했다.

루체아는 써머 스쿨에 참가한 영서·민지양이 수업을 받아들이는 자세, 지적을 곧바로 고쳐나가는 태도 등 현재의 테크닉과 외형보다는 발레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발전 가능성에 감탄했다. 그는 행사와 무관하게 스마트폰으로 두 소녀를 촬영해 루카 교장에게 추천했고 영서·민지양은 전액장학생으로 입학을 허가받았다.

영서·민지양은 아직 발레 밖에 모른다. 다른 친구들이 다 가봤다는 학교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인 휴양지도 못 가볼 정도다. 이들의 발레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루카 교장이 2015년 9월 '드라이브 유어 드림 마스터클래스'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원래 학생은 훌륭한 스승과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싶어하고 선생도 좋은 제자를 가르치고 싶어한다.

이들은 김 단장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유학을 망설일 때 김인희 단장님께서 넓고 멀리 보라며 설득해주셨고 처음 모나코로 떠날 갈 때도 동행하셨다. 단장님 덕분에 우리가 좋은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워서 이제까지 감사하다는 표현을 못 했는 게 너무 후회되서 오늘 찾아왔다"며 영서·민지양은 또 다시 수줍어했다. 그동안 받은 용돈을 모아 영서양은 초코렛을, 민지양은 허브차를 감사의 선물로 모나코에서 가져왔다.

남민지(좌), 고영서양의 모나코왕립발레학교 연습장면 (사진제공 한국메세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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