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그림,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 느껴야"
[인터뷰] 伊 프레스코 장인, 데 비토 안토니오
우리나라에 없는 재현 전문가 '아프레스키스티'
- 염지은 기자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천재에게는 시기와 질투가 운명처럼 따라다닌다.
르네상스 시대인 16세기 초 성베드로 대성당의 건축가 브라만테는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화가로 당시 벽화의 기법을 전혀 모르던 미켈란젤로를 추천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리지 못해 명예가 실추될 것이고 그림을 그리더라도 몇년은 교황에게서 떼어 놓을 수 있다는 계략이었다. 미켈란젤로의 라이벌인 라파엘로가 바티칸 궁전의 벽화를 그려 대성공을 거둔 직후였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1508년부터 15012년까지 4년에 결친 경이로운 대작을 완성한다.
신이 손을 뻗어 아담에게 생명을 주는 아담의 창조를 포함해 성서 내용을 소재로 한 세계 최대(41.2×13.2m)의 벽화, '천지창조'다.
이탈리아에는 미켈란젤로의 불후의 명작인 시스티나 성당 천장과 벽에 그린 벽화의 기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장인이 현재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생소한 직업인 '아프레스키스티(affreschisti)', 프레스코(fresco·회반죽 벽화) 화가다.
미켈란로 전(展)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이탈리아 정부가 인정한 유일한 아프레스키스티 장인, 데 비토 안토니오(De Vito Antonio·61)를 지난 10일 용산전쟁기념관 미켈란젤로 전시실에서 만났다.
"프레스코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작업하는 동안 석고가 굳어 속도를 빨리해야 하고 조금씩 밖에 할 수 없는 점이 가장 어렵다. 그 점을 미켈란젤로와 똑같이 하려고 한다."
프레스코에 관심이 있었던 안토니오는 18살때부터 혼자 독학으로 프레스코를 그리기 시작했다. 라파엘로의 고향 우르비노에서 미술 수업을 받은 후 프레스코의 본고장인 피렌체에서 공방을 차려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프레스코 작업 하나에 소요되는 기간은 6일 정도.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보니 하루 4시간 정도 밖에는 일을 하지 못한다.
인류 회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의 기술 혹은 형태로 여겨지는 프레스코는 회반죽이 마르기 전, 이탈리아어로 프레스코(신선)할 때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리는 기법으로 그려진 벽화를 뜻한다. 미켈란젤로가 활동했던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가 프레스코의 황금기다.
프레스코는 그림을 그린 후 회반죽이 마른 상태에서는 수정이 불가능해 빠른 소묘력 등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최근엔 프레스코 작업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프레스코를 가르치는 학교와 공방은 많지만 과정이 힘들다 보니 대부분 중간에 포기한다. 굉장히 빨리 그려야 하고 실수를 하게 돼도 수정할 수 없어 회반죽을 깨야 하는 작업이다. 요즘 이탈리아 젊은이들도 한국 젊은이들처럼 옛날 것을 잘 안하려고 한다." 안토니오의 설명이다.
그의 직업 '아프레스키스티'는 우리에게 익숙한 복원 전문가가 아닌, '재현' 전문가다.
우리의 경우 문화재 복원 전문가는 있지만 똑같이 복사품을 만드는 재현 전문가는 없다. 문화재를 만들 당시의 똑같은 기술로 똑같이 만든 복사품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다르다. '아프레스키스티'라는 직업은 복원 전문가(Restauratrice)와 같은 직업적 위치를 갖는다. 나라에서 지원도 하고 '장인'이란 칭호도 준다.
'아프레키스티'라는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그는 "복원이라고 하는 것은 일로 취급받지만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공부하면서 복원하는 일꾼이 되기보다 혼을 따라가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활동하던 시대의 많은 이탈리아 화가들은 교황이 주문한 그대로 그림을 그렸다. 주문한 주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쫓겨나는 기술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주문과 달리 자신의 영감대로 그림을 그렸다. 안토니오는 그런 미켈란젤로의 혼을 찾아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돌을 깨고 석고를 만드는 일, 밑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만드는 일 등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모든 프레스코 과정을 연구한다. 해외에 다니며 학생들에게 강의도 한다.
미켈란젤로의 기법을 오래 연구하다 보니 미켈란젤로가 하지 못했던 기술도 발견했다.
"미켈란젤로는 벽에다 그림만 그렸지만 그림을 그려서 액자로 떼어내는 것을 배웠다. 벽을 그림이 깨지지 않게 그대로 떼어내는 방법을 알아내 프레스코를 들고 해외 전시를 할 수도 있게 됐다."
안토니오는 미켈란젤로 전(4.10~6.22, 용산전쟁기념관)을 통해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그가 직접 그린 11개의 프레스코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를 그냥 보면 재미없다. 그림마다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관람객들이 그림 속에 들어가 이야기에 빠져서 즐거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 속 얘기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프레스코 화가로서 그의 바람이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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