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멍 잦다면 혈액검사 필요…"수치 변화 살펴봐야"
후천적으로 '세포 DNA' 변화 생겨 발병…유전병과는 기전 달라
서정호 경희대병원 교수 "항암화학요법, 면역세포치료 고려할 수 있어"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혈액암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질환이 아니라, 발병 과정에서 생긴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력보다는 노화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후천적 질환으로 분류된다.
서정호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29일 "혈액암은 유전자 이상과 관련은 있지만, 정자나 난자 단계에서 전달되는 유전병과는 구분된다"며 "대부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세포의 DNA에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혈액암의 주요 원인은 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라며 "이 변이는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한 세포 속 DNA 변화로, 가족 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병과는 발생 기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유전병은 생식세포 단계에서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 변이가 다음 세대로 전달돼 가족력 형태로 나타난다. 암종 중에서는 BRCA1·2 유전자 변이에 따른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가족 구성원이 비슷한 생활환경과 식습관을 공유하면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일부 고형암과도 혈액암은 차이가 있다. 혈액암은 특정 가족력보다는 고령, 환경 노출 등 여러 요인이 누적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 교수는 "후천적 암 유전자 변이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며 "강한 방사선 노출과 같은 물리적 요인, 항암제나 벤젠 등 유독 화학물질 노출, 흡연과 음주, 비만, 운동 부족 같은 생활습관, 고령에 따른 DNA 손상 축적과 유전자 복구 능력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혈액암은 혈액이나 림프계에 암세포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골수계와 림프계로 나뉘며, 문제가 되는 혈액세포의 종류에 따라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으로 구분된다.
혈액암 가운데 다발성 골수종은 대표적인 노인 혈액암으로 꼽힌다. 환자의 약 80% 이상이 노년층에 속하며, 50대 이후부터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도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일부 백혈병과 림프종은 소아나 청년층에서도 비교적 발생 빈도가 높다.
혈액암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빈혈이다. 이 밖에도 원인 없는 발열과 체중 감소, 잦은 코피나 멍, 비장 비대로 인한 복부 불편감, 림프절이 만져지는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서 교수는 "평소와 다른 증상이 지속된다면 기본적인 혈액검사(CBC·전혈구 검사)를 통해 점검해볼 수 있다"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수와 형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지만, 수치 이상이 발견되면 초기 혈액암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종괴 형태로 나타나는 고형암과 달리, 혈액암은 전신을 순환하는 특성상 암의 크기를 직접 측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혈액검사 수치의 변화와 추이를 관찰하는 것이 진단과 추적 관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 교수는 "혈액암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질 수 있지만, 치료 성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항암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 최근에는 면역세포치료 등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있다"고 권고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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