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막혀 판막 시술 어려운 환자, 정맥 통하는 새 치료 길 열렸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교수팀, 라이브 시술 진행

시술 모식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심장판막이 심하게 좁아졌지만 기존 시술이 어려웠던 고위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이 적용됐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국내 처음으로 정맥을 통해 심장판막을 교체하는 시술을 시행해, 수술 부담이 컸던 환자에게도 치료 선택지를 넓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6일 장기육 심뇌혈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국내 최초로 경대정맥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시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시술은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주관한 라이브 시연에서 진행됐으며, 중증 신장질환을 동반한 79세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는 시술 이후 입원실에서 회복 중이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대동맥 판막이 딱딱하게 굳어 혈류를 방해하는 질환이다.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은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카테터를 이용해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치료로, 고령이거나 수술 위험이 큰 환자에게 주로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경피적 대동맥판 치환술은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통해 접근한다. 그러나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석회화가 진행된 환자에서는 이 경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기존 수술이나 시술 자체가 어려워 치료 선택지가 제한돼 왔다.

이번에 장 교수가 적용한 수술법은 기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방식이다. 허벅지의 대퇴정맥을 통해 카테터를 대정맥까지 진입시킨 뒤, 대정맥과 복부대동맥이 맞닿아 있는 부위에서 두 혈관 사이에 일시적인 통로를 만든다. 이후 이 통로를 통해 인공 판막을 삽입하고, 시술이 끝난 뒤에는 특수 폐색 장치를 이용해 통로를 닫아 지혈한다.

이번 시술을 받은 환자는 과거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고, 심장 기능도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CT 검사 결과 양측 대퇴동맥과 장골동맥에 심한 석회성 협착이 확인돼 일반적인 대퇴동맥 접근이 불가능했으며, 겨드랑이 동맥 역시 시술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의료진은 경대정맥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장기육 교수는 "중증 대동맥 판막질환자들은 지속적인 판막 주변 혈액 역류 내지는 순환 문제로 인해 추가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다시 호전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중재적 치료 대안이 없어 체력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첫 치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