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군 노금석 대위, 미그 15 몰고 귀순 [김정한의 역사&오늘]

1953년 9월 21일

노금석 대위가 몰고 온 미그-15 동일 기종 (출처: George Chernilevsky,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53년 9월 21일 오전, 한반도 상공에 긴박한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평양 순안비행장을 이륙한 북한 공군 제2비행연대 소속 노금석 대위가 당시 공산권 최신예 전투기 미그-15(MiG-15)를 몰고 경기도 김포공군기지 활주로에 불시착에 가까운 착륙을 감행했다.

전투기에서 내린 스물한 살의 청년 장교 노금석은 권총을 내던지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한국전쟁 내내 유엔군 공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공산권의 핵심 비대칭 전력이 온전한 실물 형태로 자유 진영의 손에 넘어온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은 미그-15의 비행 특성과 기체 결함을 파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미국은 전쟁 중 미그기를 온전히 몰고 오는 조종사에게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물라 작전'(Operation Moolah)을 펼치기도 했다. 뜻밖의 횡재를 맞은 미 공군은 기체를 오키나와로 공수해 시험 비행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공중전 전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노금석의 결단은 억압적인 체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순수한 갈망에서 비롯됐다. 그는 훗날 회고를 통해 10만 달러의 거액 포상금 계획은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비행을 결행했다고 증언했다. 미 정부는 약속대로 그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고 미국 정착을 도왔다. 그는 케네스 로우(Kenneth Rowe)라는 새 이름을 얻고 미국 시민이 됐다.

이후 그는 델라웨어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보잉과 록히드 등 유수의 항공우주 기업에서 항공 엔지니어로 활약하며 제2의 삶을 일궜다. 그가 남겨둔 기체는 한동안 미 공군의 철저한 기밀 분석 대상이 됐다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국립 미 공군 박물관에 영구 전시되어 역사의 산증인으로 남아 있다.

73년 전 오늘 단행된 노금석의 귀순은 한 군인의 탈출을 넘어 동서 냉전의 판도를 흔든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철의 장막을 뚫고 자유를 향해 날아오른 한 청년의 결단은 현대 항공전 역사에 가장 극적인 드라마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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