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자승·명진 떠나고 맞이한 진우 총무원장의 연임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자승은 불로 가고, 명진은 물로 가고, 이제 진우 시대여" 해양 사고로 떠난 명진 스님 영결식이 열린 지난달 25일 서울 봉은사에서 한 원로 스님이 이렇게 조용히 말했다.

라이벌이라 불렸던 자승과 명진은 한국 불교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스님이다. 명진이 1994년 종단개혁을 주도하고 사회적 실천에 힘썼다면 2023년 안성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자승은 총무원장을 8년간 역임하면서 종단의 안정에 기여했다.

자승과 명진이 떠난 시점에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불교계의 시선이 진우에게 몰렸다. 예상대로 진우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9월 3일 치러진 선거에서 전체 선거인단 321명 중 183표를 획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 행정책임자이자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지도자다. 전국 사찰 3500여 개소와 스님 1만 2000여 명이 속한 종단을 이끌며 주지 인사와 예산, 사찰 재산 관리 등 행정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진우 스님의 재임은 지난 4년간 보여준 종단의 안정과 '힙한 불교'로 대표되는 대사회적 소통에 대한 사부대중의 선택이다. 전 세계의 종교계가 젊은 신자의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올해 서울불교박람회는 방문객 25만 명 중 81.7%를 MZ세대로 채웠다. 아울러 국가 예산 580억 원을 확보해 전국 사찰 64개의 문화유산 관람료 전액 감면을 끌어냈다. 현재 거점 지역에 조성하고 있는 선명상치유센터 건립과 같은 핵심 사업에도 추가 동력이 생긴 셈이다.

그의 선거 공약은 '안정에서 도약으로'였다. 진우는 선명상의 대중화와 전 세계적 보급, 전 종도 기본 수행비 지급 등을 통한 승가 복지 확대를 약속하며 한국 불교의 현대화와 내실을 동시에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그보다 급한 과제도 있다. 183표가 지난 4년에 대한 신뢰라면 경우 스님을 지지했던 138표, 43%에 담긴 뜻은 '다른 가능성과 교구 분권'에 대한 열망이다. 이 또한 겸허히 끌어안아야 할 무거운 책무다. 선거 과정에서 총무원 점거 농성과 사회법 제소 등으로 깊어진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 이제 상처를 보듬어 종단의 대통합을 이뤄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진우 스님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공의·공감·공심'의 가치에 소외되는 이들이 없기를 염원한다.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