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바꾼 필기구의 혁명 '볼펜'의 탄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943년 6월 10일

라슬로 비로가 발명한 볼펜 광고. (출처: Unknown author, 1945,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43년 6월 10일, 인류의 기록 방식을 영원히 바꾼 혁신적 발명품이 등장했다. 이날은 헝가리 출신의 저널리스트 라슬로 비로(László B ró)가 아르헨티나에서 볼펜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날이다.

당시 사람들은 만년필을 사용했다. 하지만 만년필은 잉크가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종이를 찢거나 잉크를 쏟아 옷을 망치기 일쑤였다. 신문사 편집장이었던 비로는 매일 이 현상과 사투를 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쇄소에서 신문 잉크가 종이에 닿자마자 빠르게 마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비로는 인쇄용 고점도 잉크를 만년필에 넣으려 했으나, 점성이 너무 높아 촉으로 흘러내리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동생이자 화학자였던 죄르지 비로와 함께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안했다. 펜의 뾰족한 끝에 아주 작은 금속 구슬을 박아 넣는 방식이었다. 펜을 움직이면 이 구슬이 굴러가면서 내부의 끈적한 잉크를 묻혀 종이에 묻혀 나갔다. '볼펜'(Ballpoint pen)의 탄생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사용할 필기구가 없어 애를 먹었다. 당시의 만년필은 기압이 낮은 상공으로 올라가면 잉크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비로의 볼펜이 기압 변화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3만 자루의 볼펜을 전격 구매했다. 이는 볼펜의 유용성을 입증했다.

볼펜의 등장은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값싸고 편리한 볼펜은 지식과 정보의 기록을 대중화했다. 잉크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면서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떠오르는 사유와 지식을 즉각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은 필기구는 잉크 눈물에 시달리던 지식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인류의 정보 전파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인류의 손끝은 자유를 얻었고, 현대 정보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보편적 기록 문화의 서막을 열었다. 오늘날 6월 10일은 '볼펜의 날'(Ballpoint Pen Day)로 기념되고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