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결탁…독일·이탈리아 '강철 조약' 체결 [김정한의 역사&오늘]

1939년 5월 22일

강철 조약 체결식 장면.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39년 5월 22일, 베를린에서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왕국이 군사 및 정치 동맹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강철 조약(Pact of Steel)'을 정식 체결했다.

이 조약은 독일의 외무장관 요아힘 폰 리벤트로프와 이탈리아의 외무장관 갈레아초 치아노가 서명했다. 오늘날 유럽 대륙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연 결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이 동맹은 일본 제국까지 포함한 삼국 동맹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를 겨냥한 군사적 성격을 두고 일본이 난색을 보이면서 우선 유럽의 두 파시즘 독재 정권인 아돌프 히틀러와 베니토 무솔리니의 주도로 체결됐다.

조약의 핵심 내용은 양국 중 한 나라가 타국의 공격을 받아 군사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다른 한 나라는 즉시 지상, 해상, 공중의 모든 군사력을 동원하여 아군으로서 전면 원조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방어적 성격을 넘어 침략적 행위까지 정당화하고 상호 지원하겠다는 노골적인 전쟁 선언과 다름없었다.

히틀러는 이 조약을 통해 동부 전선, 특히 폴란드 침공을 감행할 때 서구 열강인 영국과 프랑스를 견제할 강력한 보장책을 확보했다. 배후의 안전을 도모한 나치 독일은 조약 체결 후 불과 석 달 만에 소련과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고, 이어 9월 1일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며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반면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군사적 준비가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의 광기 어린 확장주의 전략에 강제로 결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강철 조약'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이 동맹은 상호 신뢰가 아닌 철저한 자국 이익과 침략적 야욕이 맞물린 정략적 결탁이었다. 이 조약이 가져온 파장은 참혹했다.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전체주의적 팽창을 꿈꾸던 두 독재자의 결탁은 결국 유럽 전역을 피로 물들인 대참사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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