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초 여성 만화가 하세가와 마치코 출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920년 1월 30일

하세가와 마치코 (출처: Unknown author, 1949,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20년 1월 30일, 일본 만화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최초의 여성 프로 만화가 하세가와 마치코(長谷川町子)가 태어났다. 오늘날 일본 국민 만화로 불리는 '사자에상'의 원작자인 그는 남성 중심이었던 초기 만화계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해학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세가와 마치코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1946년부터 1974년까지 장기 연재된 신문 연재만화 '사자에상'이다. 전후 혼란기 속에서 밝고 씩씩한 주부 '사자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일본 가정의 일상적인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지친 국민들을 위로했다.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당하고 실수투성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성 캐릭터를 제시했다는 점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 작품은 이후 후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현재까지도 방영 중이며, '세계에서 가장 길게 방영된 TV 애니메이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그는 당대 최고의 만화가였던 다가와 수이호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기초를 닦았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이미 데뷔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간결하면서도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한 그의 그림체는 후대 만화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하세가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출판사인 '자매사'(姉妹社)를 직접 운영하며 독립적인 창작 환경을 구축했다. 이는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시절, 한 명의 기업가로서도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하세가와 마치코는 1992년 사망 직후, 만화가로서는 최초로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영예상을 받았다. 그의 고향인 후쿠오카에는 그를 기리는 거리가 조성됐다. 또한 도쿄 세타가야구에는 '하세가와 마치코 미술관'이 건립되어 그의 원화와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