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李대통령 '뮷즈 칭찬' 다음날…제보자가 보낸 문자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뮷즈(MU:DS)를 엄청나게 많이 팔았다면서요. 아주 잘하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다. 실시간 중계화면은 뮷즈를 만드는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을 단독으로 잡았다.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 매출액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연매출(212억 8400만원)보다 약 44% 증가했고 2020년 연매출(37억 6100만원)과 비교하면 793% 증가한 수치다. 이런 성과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후광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만을 짚었을 뿐이다.

박물관재단이 준비된 조직이 아니었다면 이번 업무보고가 어떻게 됐을까. '케데헌이란 기회를 왜 못 살리느냐'는 대통령의 질타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2016년 출입처로 처음 마주했던 재단은 해체를 걱정할 정도였다. 재단은 박물관·미술관진흥법을 근거로 2011년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비틀거렸다.

초대 사장은 임기 내내 직원들과 내홍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2대 사장은 한술 더 떴다. 취임 보도자료를 받기 전에 기관장 갑질 제보가 먼저 들어왔다. 쓸까말까 망설이던 사이 문체부가 감사에 들어갔다. 다른 성추행 건으로 그가 해임될 때까지 2년 동안 정규직 40명 중에서 30명이 그만뒀다. 제보자도 그때 떠났다. 죄책감까진 아니었다. 다만 돕지 못했기에 마음이 쓰였다.

다행인 것은 2017년말 취임한 윤금진 사장(3대)이 변화의 싹을 틔웠다. 하지만 2년을 넘는 기획 끝에 출시한 원색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덮쳤다.

절망하기엔 일렀다. 2021년 취임한 김용삼 사장(4대)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의 색상을 파스텔톤으로 바꾸자 최휘영 문체부장관이 업무보고에서 표현한 '대박상품'이 탄생했다. BTS의 RM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도화선이 됐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몇 달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고, 재단 복도는 물류센터를 연상케했다.

'뮤지엄+굿즈'를 의미하는 '뮷즈'라는 명칭도 이때 탄생했다. 이름 하나에도 전략이 담겼다. 과거 기념품은 전국 어느 곳에 가봐야 비슷한 형식의 상품에 지역명만 바뀌는 수준이었다. 뮷즈는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자 다짐이었다.

'뮷즈'는 가두리 양식 형태의 인증제에 해당한다. 국내 중소기업이 제작하는 기념품을 공모해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뮷즈'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박물관재단이 자체기획상품을 다양하게 제작할 만큼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만든 궁여지책이기도 했다.

시행 초기에는 직원들이 제작사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취지를 설명했지만 퇴짜 맞기 일쑤였다. 이젠 달라졌다. 취객선비 변색잔, 까치호랑이 배지, 데니태극기 배지, 곤룡포 타월까지 대박 상품이 줄지어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취임한 5대 정용석 사장은 박물관재단에 날개를 달고자 한다. 정 사장은 전임 사장들과 직원이 이뤄낸 성과를 단단하게 만들면서 두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전 세계의 유명 박물관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뮷즈를 구매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성과에 맞는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다.

대통령 업무보고 다음날이었다. 10년 전 제보자한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드물게 연락하는 사이가 됐지만 이날의 문자는 업무보고를 언급했다, "떠난 곳이지만 칭찬받아 기쁘고,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