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에 사형 집행 [김정한의 역사&오늘]
1989년 12월 25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89년 12월 25일, 24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하며 군림했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부인 엘레나 차우셰스쿠가 급조된 특별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즉시 처형됐다.
당해 12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중앙유럽 각국 공산당 정권의 붕괴는 경제 피폐로 고통을 겪던 루마니아 민중의 혁명을 촉발했다. 그 과정에서 차우셰스쿠 부부는 혁명군에 의해 체포됐다. 두 사람은 타르고비슈테의 한 군부대 내 강당에서 열린 특별군사법정에 세워졌다. 재판은 2시간 동안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그의 죄목은 권력 남용. 대량학살, 국가 경제 파괴, 공공 재산 횡령, 그리고 국가 전복 시도 등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차우셰스쿠는 법정의 합법성을 전면 부인하며 오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루마니아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오직 대국민의회만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고 고함 쳤다. 그러나 법정은 6만 명에 달하는 시민을 학살한 죄와 외채 상환을 명분으로 국민을 기아로 몰아넣은 죄를 물어 부부 모두에게 총살형을 선고했다.
사형 선고 직후, 차우셰스쿠 부부는 손이 묶인 채 건물 밖 마당으로 끌려 나갔다. 이들은 수십 명의 군인들로 구성된 사격 형집행관들 앞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처형 직후 루마니아 국영 TV는 이들의 시신과 처형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TV를 통해 독재자의 죽음을 확인한 루마니아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유!"와 "독재자 타도"를 외치며 환호했다. 12월 중순 티미쇼아라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마침내 독재자의 처단이라는 결실을 본 것이다.
이로써 동유럽 공산권 국가 중 가장 잔혹했던 독재 체제는 피의 심판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차우셰스쿠의 죽음은 동유럽을 휩쓴 1989년 혁명의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기록됐다. 그의 사후 루마니아는 이온 일리에스쿠가 이끄는 '구국전선'(NSF)을 중심으로 과도 정부 체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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