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연극 스타' 故 윤석화, 발인…슬픔 속 영면

고(故) 윤석화 영정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故) 윤석화 영정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세대 연극 배우' 윤석화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다.

21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윤석화의 발인식이 엄수된다. 이후 고인은 용인공원 아너스톤에서 영면에 든다.

윤석화는 지난 19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그는 그간 뇌종양으로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대표작은 '신의 아그네스' '넌센스' '햄릿' 등이 있다. 특히 1983년 '신의 아그네스'에서 오직 신만을 믿는 순수한 영혼 '아그네스'를 연기하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이른바 '아그네스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1976년 '신데렐라'를 비롯해, '명성황후' '넌센스'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서 각각 명성황후·마리아 수녀·도로시 브록 역을 맡으며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드라마에서도 인상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불새'의 미란, '사임당, 빛의 일기'의 단경왕후 신씨, '우리가 만난 기적'의 황금녀 역 등으로 대중과 만났다.

그는 또한 오란씨, 부라보콘 등 여러 제품의 광고 속 노래를 부른 한국 CM송계의 레전드이기도 했다.

연출가이자 제작가로서의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2년 건축가 장운규와 함께 폐허의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소극장 '정미소'를 열었다. 원래 목욕탕으로 쓰이던 3층 건물을 개·보수해 192석 규모의 극장으로 재탄생시킨 것이었다. '정미소'에는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정미소'는 그러나 17년간 누적된 경영난으로 2019년 문을 닫았다. 마지막 공연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당시 윤석화는 폐관을 앞두고 "마지막 공연을 올린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후배들과 연극을 한 모든 순간이 보람차다, 연극 정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연출가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회사 돌꽃컴퍼니 대표이사, 공연예술잡지 월간 '객석' 발행인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022년 10월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이듬해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 연극 '토카타'에 출연해 '공원 벤치에 앉은 노인' 역으로 약 5분간 무대에 올랐다. 배우 손숙의 공연에 우정 출연한 이 무대는 그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