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국 최조 고유 모델 포니 생산 시작 [김정한의 역사&오늘]

1975년 12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야외 잔디관장에서 열린 '2025 클래식카 쇼'에 시대별 명차와 희귀 모델들이 진열돼 있다. 2025.10.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75년 12월 1일, 현대자동차가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인 포니(Pony)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 산업사에 자주적인 기술 자립과 경제 도약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발자국을 남긴 사건이다.

1970년대 한국 자동차 산업은 외국 부품을 수입하여 단순히 조립하는 녹다운(KD) 생산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는 기술 종속 심화와 외화 유출의 문제를 낳았으며, 국가 경제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박정희 정부는 '고유 모델 개발'을 자동차 산업 육성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1974년 1월부터 승용차에 대한 기술 독립을 천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국가적 요청과 '우리 손으로 만든 국민차'라는 비전을 결합하여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자체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전략적인 국제 협력을 추진했다. 차체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맡겨 세계적인 감각을 입혔고, 구동계와 생산 기술은 영국의 오스틴 모리스(BMC) 기술진을 대거 영입해 선진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 기술은 외부에서 차용하되, 차량의 콘셉트 설정, 디자인 협력, 생산 공정 관리, 부품 국산화를 주도적으로 진행하여 '고유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다.

포니의 등장으로 한국은 자동차 조립 공장의 한계에서 벗어났다. 포니는 경제 성장과 맞물려 대중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제시하며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76년 6월 에콰도르 수출을 시작으로 포니는 한국산 제품으로는 드물게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 경제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발돋움했다.

현대자동차는 포니 수출을 발판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나아가는 글로벌 기업 성장의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포니는 산업화 시대의 정신적 상징이자, 대한민국이 제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국가 경제의 도약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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